문장웹진(2)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호로고루>외 7편
호로고루1 이용호 화강암 자르고 다듬어 한 짐씩 지고 내려와 고구려 젊은이들이 성을 쌓을 때부터 보루는 바람을 친구 삼아 방어진이 되었을까 별들이 저녁의 발목을 쓸어안고 은밀히 노래할 때면 스스로 뿌리까지 울어 대는 저 풀잎들 건너엔 먼 옛날 바위 뒤에 숨어 보초를 서던 고구려 군사의 눈동자가 새겨져 있고 스스로를 긴 고독의 시간에 던져두고 서 있으면 무거운 바위 지고 가며 한숨짓던 말들이 소멸의 기운으로 들려오기 시작하지 간절함 하나만으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슬픔으로 능선을 관통했을 그 옛날 고구려 처녀의 애태움도 무사히 귀향할 낭군 하나 없다는 것에 눈물짓는 청상과부의 기다림마저도 저 언덕에 일제히 주둔하고 있겠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더 이상 순례할 수 없음을 아는 임진강 물결이 허물어지지 않을 마음의 제방을 쌓는 시간 허기에 젖어 있어도 창검을 들 수 있는 사람들이 길짐승들의 울음을 여미어 주는 새벽이면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금강(錦江)
금강(錦江) 이용호 ‘투수(投手)와 포수(捕手) 사이의 거리가 18.44미터인 까닭은?’ 이것은 『야구의 미학(美學)』이라는 산문집 속에 나오는 문구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예상외로 ‘그리움’이었다. 야구(base ball) 해설가이며 시인(詩人)이라는 이 책의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야구의 규정(規定)처럼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친구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쉽고, 너무 멀어지면 친구 자체가 깨진다는 것. 그 적절한 거리가 바로, 투수와 포수 사이의 거리인 18.44미터라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움의 거리란다. 대자연의 나무들도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단다. 인위적으로 식재된 나무가 아닌 자연적인 나무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서 있는 것이란다. 그 자연스러운 간격이 그리움의 거리라는 것. 그 그리움의 거리가 모든 두 존재 간의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