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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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고래고래 통신
이원은 시각장애인 안내 모듈을 하나 집어 들더니 능숙하게 조작하며 앞으로 혼자 걸어갔다. 모듈은 이원의 위치를 파악해서 걸음 수와 주변 전시물들의 방향을 안내해 주었다. 나는 이원의 뒤를 따라갔다. "실험동이라 휴대전화가 거의 안 터져. 시그널 사용에는 별 문제가 없긴 해." 이원이 걸어가 선 곳은 고래 모형 앞이었다. "고래?" "응. 나 고래 좋아해." "왜?" 이원은 고래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나에게 등을 돌리고 대답했다. "고래 중에는 초음파로 통신하는 애들이 있거든. 그게 마음에 들어." 얼핏 배운 기억이 난다. 인간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아마 그건 이원이 손처럼 시그널을 다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겠지만, 사용하는 도구가 같다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건가. 이원이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너, 어제 무슨 얘기 들었어?"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이원은 키득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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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예쁘니? - 마구마구 피뢰침 외 1편
(최승자, 「겨울에 바다에 갔었다」 부분, 『즐거운 일기』, 위의 책.) 5) 우당탕탕 (이원, 「자궁으로 돌아가자」 부분,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문학과지성사, 2001.) ; 자궁을 찢고 나온 적이 있는 (이원, 「나이키 1」 부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문학과지성사, 2007.) 6) 그런데 왜 여자는 예쁘기를 포기하지 못할까/ 그건 누가 가르친 게 아니다 ···(중략)··· 아무도 여자로 봐주지 않는데도 여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놓으면 편한데 결코 놓지 못하는/ 그 힘도 말릴 수 없는 에너지라면 에너지다/ 세대를 건너오는 발그스럼한 불씨다 (이규리, 「예쁘기를 포기하면」 부분, 『뒷모습』,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7) 머리털 나 처음으로 돈 내고 다리 벌린 날, 소중한 당신 산부인과에는 다행히 여의사만 둘이었다. 어디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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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집좌담]기적을 엿보다(시부문)
네 분의 적극적인 추천을 반영해서 이성복, 황인찬, 이원, 이영광 시인의 시집을 2013년 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주목할 만한 추천도서(시)’로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녁 드시면서 또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장웹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