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여음(餘音)에 관한 몇 가지 생각 외 6편
수많은 접속사 스스로 끊고 나서 마침내 동그란 저녁 그마저 잘라 낸다 끝끝내 마침표 향해 무작정 걸어간다 길 끝나는 곳에서 하늘 눈썹 그리는데 반려견이 컹컹 짖으며 쉼표처럼 짖어 댄다 너와 나 관계대명사 끝내 남아 지킨다 부재의 방식 부재의 방식은 왜 이리 질긴 걸까 수목장 앞에서 십 년이 지났는데도 혼자서 살아남은 자 자책만을 껴입는다 거처를 옮겼다고 사라진 건 아니라고 아직도 아버지의 심장 멈추지 않았다고 끝없는 눈물과 한숨 잇고 있는 어머니 하나같이 주인공을 아버지로 설정하고 매일매일 밤낮없이 연속극을 펼친다 가슴속 넘치는 애도 매 순간 절정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온전히 스미는 일 꽃잎 찧어 가슴에 새긴 여름날의 언약도 또렷이 다시 또 살아 초록을 예비한다 작가소개 / 박민교 나를 살리는 글쓰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감정을 익히고 표정을 연습할 때 단연 이채롭습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사유의 형식
이 작가가 환상과 알레고리를 적절히 동원하여 전달하는 파국의 상상력은 이채롭다. 그것은 “우리를 기만하고 혼란시켰던 빛은 어디에도 없다”(「그림자」, 338쪽)는 체념에 기반하고 있는 듯하지만, 또한 유토피아적인 열림의 순간을 내장하고 있기도 하다. 김성중의 「허공의 아이들」(《창작과비평》 2010년 겨울호)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점점 투명해지다가 결국 사라져 버리고, 집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재앙을 맞이한 순간에 최후로 살아남은 두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이 파국에의 예감으로 가득 찬 서사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최후에 살아남은 아이들의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어른스러워져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집 안에 채워넣어 생존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소년의 몸에는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말할 정도로 시각적으로 각인되는 ‘성장의 채찍’들이 출현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개, 새끼 이야기
얼굴에 침과 눈물이 형님 동생하며 우애를 과시하고 있는 딸애가 뒷좌석의 제자리로 가려다 말고 운전석 문을 열더니 “고마워, 엄마!” 하며 내 목을 끌어안는다. 어린 정치인을 태우고 차는 서둘러 언덕을 굴러 내려간다. “병원 간다고 산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깐……” 정치적 야망이 콩나무처럼 쑥쑥 자라기 전에 네가 붙잡은 희망은 썩은 동아줄이었던 거라고 미리 쐐기를 박아 놓는다. “엄마, 흰둥이도 그 개처럼 죽는 거야?” 뒷좌석의 딸애가 묻는 말을 못 들은 척 난 침묵만을 고수한다. 지난 겨울 혜순네 할머니가 집의 개는 새끼 안 낳느냐, 그 개랑 같이 나온 새끼는 벌써 새끼를 낳았다, 고 녀석의 생식능력을 의심했을 때 개도 자연성 불임이란 게 있는지 인터넷에 상담을 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