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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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2회)
현승아, 왜 그러니?” “엄마…….” “그래, 현승아. 말로 해. 누나한테 그러지 말고.” 누나를바라보았다. 누나는 주먹을 쥐고 눈에 힘을 주었다. 국화가 생각났다. 집에 놀러오면 누나랑 잘 어울렸다. 망고껍질을잘벗겼다. 노란색매니큐어를좋아했다. 반짝반짝. 이렇게될줄몰랐다. 누나는 노트북을 손으로 닦았다. 누나의 말. “짐승이니?” 노트북 모니터는 깨져서 울긋불긋했다. 다시 누나. “도대체 애가 왜 그래?” 나. “말해 줄까?” “네 과제는 네가 해야지 왜 남의 걸 훔치려고 그래? 노트북 물어내!” “병신아, 그게 전부가 아니야.” 왜 모르겠는가. 과제 따위로 그렇게 분노가 치밀었을 리 없지 않겠는가. 한집에사는데누나라고왜그것을 모르겠는가. 할말이없으니까 과제핑계를대는 것이다. 누나와 나와 국화는 같은 학년이었다. 학교와 학과가 달랐지만 교양과목은 비슷했다. 국화는자연계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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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1회)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온 김현승입니다. 국제학교입학이 안되어서현지학교에들어갔다. 한국이름을그대로사용했다. 아이들은나를헌쏭이라고불렀다. 현승이, 인데, 헌쏭이, 라고. 그나라발음이었다. 훤쏭이라고 부르는 녀석도 있었다. 담임교사 숀은 발음이 정확했다. 현승! 가끔은 현성! 현지어를알지못해 겉돌았다. 교과서는 교실에 두고 다녔다. 결석을 해도 무방했다. 그런데. 혼자노는것도 하루이틀이었다. 아침에는학교에 갔다. 교실에서죽을쳤다. 교과목선생님들은나를 투명인간으로다루었다. 출석을안불렀다. 숙제검사를하지 않았다. 국제학교학급에 결원이 생기면 즉시떠날 학생이었던 나. 그래서. 교복을 안 샀다. 곧 전학갈것이므로. 아버지 회사 사람 중에 한국말을 잘하는 현지인이 통역해주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양해를 받았다. 평상복을단정하게입는것으로. 농구 유니폼을 입고 학교에 다녔다. 수업에방해가되었다. 농구 유니폼이 선생님들의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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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제3회_마지막회)
누나다운 발상이었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택배는 누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누나는 실험실 주소를 찍어 보낸 국화의 문자 메시지를 내게 전달해 주었다. ‘언니 현승이한테가방좀 보내달라고말해줘 이주소로.’ 아직 실험실에 나가는구나. 괜히 곱씹게 되는 문장이었다. 택배 박스를 포장했다. 가방을 넣어 보내려니 허전했다. 전화기 액정을 깨버리고 넣을까. 사냥총을 넣어 줄까. 탄환이 있었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자살이든 살인이든 사냥이든 시원하게 한번 쏴보라고. 하지만. 빈 총을 보내서 뭐 하나. 포장을 멈추었다. 농구 코트로 나갔다. 슛을 던졌다. 링을 맞고 튕겨 나온 볼을 캐치하다가 떠올렸다. 동굴 속의 돼지를. 문방구에서 돼지저금통을 샀다. 택배 포장이 완성되었다. 왠지. 계몽적이면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좀 걸렸다. 난동이 1학기였는데 2학기가 시작될 때에야 국화네 일이 마무리되었다.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