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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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10월호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이현호, 「여름 얼음 어른」을 읽고(《문장 웹진》 2023년 9월호) 변영근 매년 여름은 더 더 더워지지만 반대로 마음은 더 더 차가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변영근 작가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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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름 얼음 어른
여름 얼음 어른 이현호 어려서는 하성이와 잘 어울렸다 동네 친구들과 피구도 와리가리도 하고 얼음땡도 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는 얼음 하고 멈춰 있는 하성이 몰래 모두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뒤로 하성이는 사라졌다 하성이는 녹아버렸다고 말한 친구는 이름도 까먹었지만 한여름이면 종종 하성이 생각이 난다 어른이 되며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일이 많고 기다려도 아무도 땡 하러 오지 않는다 빈 유리잔에 얼음이 땡 하고 떨어지는 소리 어려서는 쓰기만 했던 것들을 이제는 너무 많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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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무명 낭독회
무명 낭독회 이현호 일대가 정전이래요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밥도 못 먹고 계산도 못 해서 갇혀 있대요 밖으로 나갔던 서점 주인이 촛불을 들고 돌아오며 말한다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한 유명 시인의 낭독회였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죽고 삶을 생각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지만”이라는 구절을 막 읽었을 때 빛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윤곽만이 귀신처럼 떠 있는 반지하 “유명한 시인이 무명(無明)에 있네요.” 누군가 농담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모두의 주머니에서 한꺼번에 경보음이 울리고 정전 안내문자인 줄 알았던 그것은 우리보다 더 먼 지방의 소도시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시인은 지금 시가 왔다고 말했다 다시 불이 들어오자 그는 방금 시가 다녀갔으므로 더 시를 읽을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뭐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