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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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여태 살았지만 정말 살았다는 느낌 한 번 들었던가
단어카드 게임을 할까,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할까, 색깔 수업을 할까, 여러 가지 수업 아이템들이 굴러다니는데,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인디언식 이름과 얼굴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이름이 빠져나오지 않을라치면, 그 머뭇거림을 잡아채어, 곧바로 서운해 한다. 버거운 공기를 뚫고, 맘을 다지고, 다지며 말문을 뗀다. 그러나 발등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4. 9월 4일, 왜 그랬을까, 여러 편의 시 가운데, 이 시를 가지고 갈까 말까, 망설망설하다가, 그럼에도 결국, 이성복 시인의 시를 선택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목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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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8월호 몽테뉴를 읽는 연쇄살인마 :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셸리, 『프랑켄슈타인』, 서민아 옮김, 인디북, 2002, 224쪽. 드라큘라는 백작이라는 고귀한 신분에 걸맞게 자신의 서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업자 조나단 하커는 하인 한 명 없는 백작의 저택을 돌아다니다 서재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간다. "서재에는 영어로 된 책들이 서가에 빼곡히 들어차 있고, 잡지며 신문 묶음들도 많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방 가운데 있는 탁자 위에는, 최근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잡지며 신문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책들의 내용은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식물학, 지질학, 법률 등 다양한데, 한결같이 영국과 영국인의 생활 관습 예절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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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야구란 무엇인가 (제1회)
게임을 잃을 것 같다. 사내는 마른침을 삼킨다. 볼. 투수가 모자를 벗어들고 팔뚝으로 이마를 훔친 뒤 로진백을 만진다. 토끼눈은 슬금슬금 굴에서 걸어 나와 다음 굴을 노리고 있다. 투수가 다리를 들고 토끼눈은 냅다 달리고 2루수는 2루 쪽으로 풋워크를 하고 타자는 때리고 공은 2루수가 서 있던 자리를 뚫고 외야로 굴러가고 토끼눈은 3루까지 내달린다. 수만 개의 빵빵한 오렌지색 화관들이 수십만 개의 꽃잎으로 폭발하며 춤춘다. 텔레비전이 터져버릴 것 같다. 사내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심장이 벌떡거린다. 염병, 글러먹어 부렀다.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면 혀를 차며 욕지거리를 내뱉었을 게다. 아버지라면 토끼눈에게 볼넷을 내줬을 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유독 야구 앞에서 아버지의 입은 험해지기 일쑤였다.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실수라도 하면 곧장 욕설이 튀어나왔다. 밥 처묵고 거시기만 허는 놈이 어쩌고저쩌고. 잘했다고 칭찬하는 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