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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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앞의 장편들을 쓸 때는 이야기적인 재미, 그러니까 제가 가진 작은 철학(자본주의 안의 인간, 자본주의가 얼마나 비정한가와 같은)을 어떻게 재밌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면, 요즘은 그보다는 작품 속 인물이나 결이 되는 문장의 깊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쓴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아, 이게 달라지고 있구나, 내 손을 떠난 예전의 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고봉준 : 세 편의 장편이 모두 도시와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예요. 의도한 것인가요? ▶ 서유미 :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가장 흥미롭고 쓰고 싶던 걸 쓰다 보니 교집합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비록 인물이나 상황은 다르지만. ▶ 고봉준 : 딱히 386 세대에 포함되는 것도 아닌데(웃음), 왜 이렇게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나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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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천안 가문비나무아래 (제2회)
제목들만 보면 ‘존재’, ‘자본주의’, ‘계급’, ‘인식의 한계’ 등 거대한 담론을 다룬 것 같지만 정작 펼쳐 보면 아주 소소한 이야기들이에요. 그런데 그 소소한 이야기들을 곱씹으면 결국 거대한 담론에 부딪게 되고요. 전복인 듯도 하고 반어적인 기법을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다”라는 표층적인 표현 이면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날선 비판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민 : 그런 면에서 「존재의 증명」은 「기억의 방」과 대척점에 놓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검은 방」의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죠.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기억이 명징합니다. 자신의 취향이 담긴 수많은 소유물들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존재의 증명」 주인공과 상반되지요. 취향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자본주의와 엮여 있습니다. 취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가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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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새로운 뿌리에 대한 상상 – 임고은의 <아키펠라고 맵>(2021)
뿌리가 언제나 단단한 땅 위에 ‘내리’거나 ‘뽑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더 많은 경계의 탄생과 더불어 그 경계를 횡단하는 수많은 주체의 삶은 결국 뿌리 뽑힌 삶으로 밖에 여겨질 수 없는 것인지 그 한계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 한계의 지점에서 인종주의와 기후 위기의 문제, 그리고 그 두 문제를 심화하는 자본주의와 프런티어의 논리를 비춰볼 때 새로운 뿌리의 형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특히 임고은 작가의 <아키펠라고 맵> 연작을 사례로 새로운 뿌리에 대해 상상해보고자 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