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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껍데기는 가라」 읽기
「껍데기는 가라」 읽기 김종광 신동엽 선생님이 쓰셨다. 1967년 1월 《52인 시집》에 처음 발표되었다. 신동엽,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이다. 글쎄, 요새 공부 덜 된 청춘들은 연예계 실력자인 어느 개그맨을 떠올리지도 모르겠지만, 선생은 우리에게 진정한 시인이었다. 좌청룡 우백호처럼, 신동엽과 김수영으로 대표 되던 시대가 있었다. 두 분 모두 현실비판 의식과 저항의식이 투철한 문학을 했으며(요즘말로 좌파였으며), 특히 4.19 혁명정신을 가장 빛나게 한 분들이었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두 분은 68년과 69년에 차례로 요절했다. 나는 신동엽 선생님의 시가 더 좋았다. 특히 선생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좋았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몇 살이었나. 중학생 때? 참고서 같은 데서, ‘4월’이 4월혁명을 의미한다는 것을 읽은 건 또 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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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하근찬 단편소설 다시 읽기
이 작품으로 인해 ‘교과서 작가’라는 명칭이 그에게 따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창조적 상상력을 반짝이던 대부분의 문학예술 작품은 독자들에게 익숙해지는 순간 ‘상투화’되고 만다. 수험용으로 읽는 문학작품이 지속적인 감동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감동이 아닌 정보를 위해 읽는 문학에서 어떤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인가. 「수난이대」의 수난은 ‘교과서에 실린 수험용 작품’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게다가 작가라면 누구나 ‘등단작’만 높게 평가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등단작 콤플렉스’라고 지칭할 수 있으리라. 등단 이후, 대부분의 작가들은 더 나은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다시 등단한다’는 마음으로 창작에 임한다. 그 극복의 과정에서 문학적 성숙이 이뤄지고, 새로운 문학 세계가 열리기도 한다. 자신의 등단작이 자신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는, ‘그 작가는 문학적 발전이 없다’는 평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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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읽기 어려운 것 외 1편
읽기 어려운 것 김상혁 어디 사는 누구네 개는 좋은데 시에서 만나는 개는 얼마나 싫은지 몰라 다들 개에 대해서 쓰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울어도 잘 듣지도 않고 함께 보자는 곳 가지도 않으면서 사람 좋은데 나도 아는데 시에 나오는 사람들 얼마나 지겨운지 다들 걷다가 이상한 말이나 툭툭 뱉고 마음이 구름 같네 결별이란 무엇이네 멋이나 부릴 줄 알지 가까운 가게 나가 껌 한 통 사오는 법이 없고 내가 뭐 먹는 모습 지켜볼 줄도 모르면서 사람이 말하면 나는 잘 듣는데 원래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소리가 겹치지 않아 서로를 실망시킬까 봐 귀를 쫑긋 세우고 있거든 나 잠자는 거 진짜 좋은데 또 먹는 것에 미치지 특히 두부로 만든 건 몽땅 그런데 시는 진짜 꿈도 음식도 담지 않네 돈이 세상 좋다 아니면 싫다 그런 생각만 늘어놓다가 우리는 왜 슬퍼할 줄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