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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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들의 전쟁
『수호전』을 흉내낸 것이 홍명희의 『임꺽정』이라고 벽초의 가치를 내려깎는 이들도 있다. 『수호전』과 『임꺽정』 비교 연구는 한때 유행이기도 했다. 같은 이야기도 받아들이는 입장의 차이에 따라, 이야기가 굴절되고 만들어진다. 『삼국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 ‘486작가들’도 있다. “영웅숭배 의식으로 가득 차 있는 『삼국지』는 그 전투의 말발굽 아래 짓눌린 민초들의 삶을 전혀 그려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삼국지』의 번역자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그와 상통하고 있지 않나” 하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고전 『만요슈』 『창조된 고전』에서는 일본문학에서 고전으로 숭상(崇尙)받는 『만요슈[萬葉集]』도 새롭게 검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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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박경리 선생님을 추억하며] 거룩하다기보다는 눈물겨운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도 곧바로 대학원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건 싫어서, 준비운동 삼아 『임꺽정』이나 『토지』 같은 대하소설이나 읽어 볼까 싶었더랬다. 나한테 낯익고 만만한 쪽은 『토지』였다. 내 또래라면 대부분 그렇듯 TV드라마에서 만난 서희라는 인물과 『토지』의 서사가 워낙 강렬했던 까닭이다. 강수연 씨와 한혜숙 씨가 어린 서희와 성인 서희를 연기한 <토지>를 먼저 보았고, 안연홍 씨와 최수지 씨 주연의 <토지>는 몇 년 뒤에 보았다. 드라마답게 서희 편과 조준구 편이 선명한 선악 대결 구도를 펼쳤는데, 재미도 있었고 인기도 많았다. 대하드라마를 그렇게 두 번이나 봐서 그랬나, 서점엘 가도 『토지』라면 이미 읽은 작품으로 치부하고 다른 책을 골라잡곤 했다. 어쨌거나 너무너무 더워서 짜증을 내다 못해 울기까지 했던 그 여름에 나는 『토지』와 더불어 살았다. 어려서 TV를 보던 때야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단연 서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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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무협소설의 미래
장길산이나 임꺽정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세요. 딱 그와 같은 것이 김용 소설에 등장하는 곽정이니 진근남에게 있는 것입니다. 대만과 홍콩에 있어서는 이게 또 각각 다릅니다. 지금처럼 중국이 개방정책을 펴기 전에는 대만, 홍콩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중국이란 동경의 땅이었습니다. 수많은 대만과 홍콩의 무협작가들이 그렸던 무림이란 직접 가보고, 살아보고 쓰는 생생한 현장기록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땅, 상상 속에서 미화된 땅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거리감, 비현실성은 극단적으로 커집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에서의 무협이란 그 기본 성격에 있어서는 판타지와 다름없습니다. 비현실적인 공간, 환상 속의 공간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