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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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어딘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그곳에서 서양 현대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와 헨릭 입센이 탄생했다. 자연주의 희곡의 교과서 같은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나 「꿈의 연극」, 「유령소나타」 같은 작품들 그리고 입센의 「페르귄트」, 「바다에서 온 여인」, 「헤다 가블러」, 「들오리」로 대표되는 비사실주의 계열의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비주의 성향이 짙은 희곡들이 북유럽의 하늘과 땅, 사람들을 배경으로 쓰여졌던 사실은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2. 이러한 희곡의 흐름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극작가가 스웨덴 출신의 라쉬 로렌과 노르웨이 출신의 욘 포세일 것이다. 「시간 끝의 세 사람」이나 「악마들」, 「인간쓰레기 3:1」 같은 희곡으로 알려져 있는 라쉬 로렌은 부랑자나 마약중독자, 알코올중독자, 정신병자들처럼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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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무의미한 세계 속의 구원
입센은 「들오리」에서 인간들이란 대개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방편으로서의 거짓말(life lie)’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은 「실화(失花)」에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생활 속에서 발발하는 우연적 사건들을 그러모아 일관성 있고 의미 있는 삶의 서사를 허상으로 구축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입센이 말하는 ‘거짓말’이고, 이상이 말하는 ‘비밀’이겠다. 그러나 이것들을 완전히 걷어내 버리는 것, 그리하여 빈곤한 삶과 무의미한 세계를 직시하며 그대로 견뎌내려는 태도에서 예기치 않게 구원의 가능성은 열린다. 김성중의 「허공의 아이들」은 어떻게든 지속되는 삶의 본질로서의 공(空)에 대해서, 지독한 쓸쓸함으로 이와 대결하는 남겨진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오래 잊히지 않을 소설 속의 한 장면을 완성해 냈다.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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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세편의 희곡을 통해서 본 ‘과학기술 사회’의 의미
집단이기주의, 더 나아가 파시즘 내지 대중독재라는 용어와도 연관되어 있는 이 ‘심각한’ 문제를 일찍이 입센이 그의 『민중의 적』에서 다루었습니다. 이어 살펴보지요. ‘집단이기주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다수는 옳은가? 헨릭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의 『민중의 적』이 바로 이 문제를 이미 한 세기 전에 다루었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노르웨이의 한 시골 의사인 스토크만 박사는 그 지역 온천수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온천 개발 계획을 수정할 것을 주장하지요. 하지만 그의 형인 시장이 주민들의 이익을 해친다며 사실을 은폐하라고 동생을 협박합니다. 스토크만은 올바른 시민이자 과학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진보적 언론인 <민보>에 오염 실상을 공개하려 하지요. 그러자 타락한 언론인들, 개발 이익을 챙기려는 마을 유지들, 권력을 지탱하려는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선동하여 스토크만을 ‘민중의 적’으로 몰아 마을에서 쫒아내려고 돌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