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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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무해를 위한 무한패치
시트에 재정렬되는 발언들 속에서 나는 어떤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 아이젠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유사 서비스 리서치를 새로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룹 채팅방에는 나를 제외하고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듯했다. 나는 아이젠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룹 인터뷰에서 보이는 패턴에 대해서였다. 갑자기 발생한 오류 때문에 새벽에 단둘이 업무를 진행했던 시간이 무척 좋았기에 일에 대한 합이 맞아떨어지는 아이젠과 나는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였지만 유저 인터페이스 스케치 앱으로 기존 마이 원픽 테스트에 연결되는 새로운 기능을 넣어 보았다. 아이젠은 무척이나 재밌다며 좀 더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보냈다. 그러나 그 메시지 이후로 아이디어에 대해서 별다른 피드백은 오지 않았다. 정 팀장에게서 받은, ‘내가 할 일은 다 마무리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갱신 없이 그대로 계약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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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을 만드는 사람들 ― 출판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사실 저는 왼쪽 정렬하는 게 단어 사이가 고르고 의미 단위로 읽을 수 있어 좋은데 분명한 건 이것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처한 환경 안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다른 시스템이 있는 거고 결이 있어서 여전히 그 건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영준 :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는 디자인 아이템으로 책이 유행하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판매량에 대해서도 눈여겨보게 되잖아요. 실제로 이런 디자인 시장이 좋아지고 있는 게 보이나요, 여전히 어렵다고 보시나요? 안서영 : 저는 좀 전에 이야기가 나왔듯이 새로운 스테이지가 생긴 것 같아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나오는 책들은 사실 내용이 중시되기보다는 형식이나 조형적 시도가 중요한 책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책들의 수요가 생기고 팬덤이 생기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또 다른 독자층이 생성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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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서울(제3회)
이인용 텐트와 침낭 그리고 얇은 이불이 한 채, 바지와 셔츠가 네 벌, 속옷이 여덟 장, 양말은 여섯 켤레가 있었다. 새 운동화 두 켤레, 건전지 약간, 그리고 식료품으로는 일 킬로그램의 쌀과 아껴 먹으면 한 달쯤은 버틸 수 있는 건조식품을 비롯해 건빵이 조금 있었고 짓뭉개진 초콜릿도 조금 있었다. 부순 라면 네 봉지가 남았지만 어차피 부피만 클 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아니었다. 약통에 든 영양제는 유통기한이 삼 년쯤 남았기에 소년은 뚜껑도 뜯지 않았다. 아스피린 외의 상비약이 조금 있었고 비누와 치약은 조금씩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은 많이 남은 편이었다. 사용하지 않은 새 칫솔도 두 개 더 있었다. 수건은 두 장이었고 우비도 두 벌이었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수통 세 개도 튼튼했다. 그 외에 자질구레한 용품들이 든 잡주머니를 확인한 뒤 소년은 마지막으로 나이프와 권총을 살폈다. 동생의 배낭은 생존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