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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제목 - 전광용<사수>를 읽고
책이나 글의 ‘제목'은마치 사람의 ‘첫인상' 과 비슷한 점이 많다. 글의 가장 윗 부분에서만남의 가장 첫부분에서미리보기가 되어준다 기대를 품게 만들고그만큼의 실망도 하게 만든다그리고 글을 다 읽고 난 후그 사람에 대해 다 알고 난 후다시 생각하게 끔 만든다. ‘베프' 라 부를 수 있는 친구들과 있다가 문득 떠오른적이 있다.그들의 ‘첫인상' 말이다.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말해보며 첫인상과는 많이 다른 지금의 친구 모습에 웃기도그렇게 생각했던 과거의 내 모습에도 웃었다. 이처럼 ‘그 사람에 대해 남들보다는 더 알고있는’ 단계까지 오면종종 그 사람의 ‘첫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 또한 그랬다. 책을 다 읽고 뒤에 있던 해석도 읽고전개방식, 장면들의 오마주 등 흥미로운 부분들에 생각해보며‘남들보다는 더 알고있는’ 단계까지 오니이 책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사수> 로 <꺼삐딴 리>를 썼던 작가 전광용의 또 다른 작품이다.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나에겐 아무런 기대도 생각도 없었다. 그저 제목 밑에 있는 (사수: 대포나, 총, 활 따위를 쏘는 사람)이라는 뜻만 읽고 넘어갔을 뿐.오히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책의 소개글이였다. “친구이면서 서로 경쟁하고 대결하는 관계가 있지요. 학생 시절에도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도 학업 성적 등과 관련해서는 경쟁을 벌이는 친구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 작품에도 그처럼 친구이면서 라이벌인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해지고 다른 한사람은 사격수로 사형을 집행하는 비극을 맞게 되지요.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 까요?’ 고등학교를 잠시나마 체험하며 ‘친구이면서 서로 경쟁하고 대결하는 관계'라는걸 충분히 느껴본 나로선 공감이 가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소개글이였다. 책을 줄거리는 꽤나 단조로웠다. 간단한 줄거리를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나' 와 그의 친구 B는 어릴 적부터 항상 붙어다니던 친구였지만 각자 집에 돌아가면 서로를 이기려고 공부하는 라이벌 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경쟁은 ‘경희'라는 여자애를 동시에 좋아하게 되며 더 치열해진다. ‘나'가 경희와 잘되는 듯 했지만 6.25전쟁이 터져버렸고 전장에서 돌아온 ‘나'가 마주한건 B의 아내가 되어버린 ‘경희'였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인것인지 ‘나’가 B의 사형집행을 하게되는 비극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하고 다시 봤던 제목 ‘사수'에는‘대포나,총,활 따위를 쏘는 사람'이라는 뜻 말고도여러 의미들이 있었다. 1. 사수 : 스승에게서 학문이나 기술의 가르침을 받음.2. 사수: 개인의 사사로운 원수3. 사수: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4. 사수: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 그리고 이 의미들을 읽어볼수록 한명의 인물만이 떠올랐다. 바로 친구 B이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하고 답해보았다. Q. ‘나’ 에게 B란?1. 스승이란 말은 거창할지 몰라도 ‘나'를 성장시키는데 한 몫했고, 죽는 그 순간에도 가르침을 주는 존재2. ‘나'가 전장에 갔다온 사이 친구의 연인과 결혼한 원수3. 나라의 배신을 꾀했다는 죄명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4. ‘나'의 죽음을 무릅쓰고 라도 지키고 싶었던 친구 (총을 쏘는 사람)사수 = ‘나' 이기 때문에제목이 가르키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나' 일거라 생각했는데다른 의미들을 찾아보니 제목이 뜻하는 바가 ‘나’ 에게 ‘B는 어떤 존재였는지’ 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글 전체를 잘 어우르는 제목을 쓰는 것도 대단하지만글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제목을 봤을 때 깨달음이 있는게 진짜 대단한것 같다. 이 책 처럼 말이다. 더욱 놀랐던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졌던 B를 향한 ‘나’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스승같았던 친구 - 좋아하던 여자를 뺏은 원수 - 내가 죽여야 할 사형수 - 하지만 살리고 싶은 내 친구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알게 된 것 한가지.‘때론 단어 1개가 문장 10개를 대변하기도 한다" 는것.항상 글의 제목을 문장으로 썼던 사람으로서짧지만 많고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그로인한 다양한 해석이 나올수 있는 ‘단어'의 위대함을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