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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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Ⅱ ― 시집 부문
참여자 / 정다연 시인. 201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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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눈보라
눈보라 정다연 사람을 죽인 것이니. 네가 물었다. 귤이 쌓인 식탁에, 부드러운 손으로는 어중간한 이빨로는 끊어지지 않는 질기고 질긴 불길함에 나를 혼자 둔 이유가 정말 그것 때문이었니. 네가 묻는다. 정말 찔렀던 것이니. 우는 나를 두고 너와 함께 살고 싶은 나를 두고 밤길을 나선 이유가 무엇이니. 나의 곁이 아니라 어떤 이의 마지막 장면이 되고 싶었던 것이니. 잠든 나의 등 뒤에서 어떤 살의를 남몰래 키우고 있던 것이니. 계획과 계획. 찌르고 찌르기. 어떤 변명을 할 거니. 고요한 눈보라. 악몽 속에서 네가 잠꼬대한다. 깨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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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인물화
인물화 정다연 맑은 물에선 오히려 생물이 잘 자라지 않아 네 독성의 이유지 언제까지 미지근한 물로 흔들릴 거니 언제까지 그 얼굴로 버티고 서 있을 거니 너는 징그러운 생수의 맛 세상에서 가장 햇빛을 잘 견디는 직물 위선, 위선이라고 쓰는 지금 넌 얼마나 밝은지 얼마나 괜찮은 인간인지 질겨, 아무리 씹고 잘라내도 네 독성은 얼마나 투명에 가까워지는지 투명 그것은 극도의 배척의 또 다른 이름 어쩐지 킁킁거릴수록 피맛이 나 시체가 타고 남은 냄새가 나 닿는 순간 화상을 입히다가도 순식간에 동사해 버리는 너의 위장술 너의 변온 너의 무취 궤도에 진입한 모든 행성을 밀어내며 무한히 증식하는 너 너라는 이름에만 반응하는 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