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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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Ⅱ ― 시집 부문
참여자 / 정다연 시인. 201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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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름 대삼각형 - 섬광
여름 대삼각형 -섬광 정다연 흙을 거두면 닿을 수 있는 깊이에 이야기는 잠들어 있었다 이슬비가 내리고 흑곰이 깨어나고 낮밤이 공평히 이야기에 어둠과 빛을 쏟았다 조금씩 벌어지는 옅은 꿈결에서 이야기는 의심 없는 맑은 기운으로 인간을 들었다 전부 지나가는 소리였다 한 줌 두 줌 흙을 걷어 낼 소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보드라운 손길은 아득하고 이야기는 혼자여야만 하지만 소녀는 올 것이다 온몸 가득 들어찬 피를 밝힐 가장 밝은 섬광 하나를 부싯돌처럼 품고 이야기는 마침내 그것이 드러나게 될 세상을 향해 전부를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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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눈보라
눈보라 정다연 사람을 죽인 것이니. 네가 물었다. 귤이 쌓인 식탁에, 부드러운 손으로는 어중간한 이빨로는 끊어지지 않는 질기고 질긴 불길함에 나를 혼자 둔 이유가 정말 그것 때문이었니. 네가 묻는다. 정말 찔렀던 것이니. 우는 나를 두고 너와 함께 살고 싶은 나를 두고 밤길을 나선 이유가 무엇이니. 나의 곁이 아니라 어떤 이의 마지막 장면이 되고 싶었던 것이니. 잠든 나의 등 뒤에서 어떤 살의를 남몰래 키우고 있던 것이니. 계획과 계획. 찌르고 찌르기. 어떤 변명을 할 거니. 고요한 눈보라. 악몽 속에서 네가 잠꼬대한다. 깨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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