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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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글틴캠프, 마피아의 추억
게임이 시작되자 서로 거의 말이 없던 우리 조원들은 갑자기 말이 많아지더니 대단한 승부욕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판에서 그저 눈치만 보고 있던 나는 선량한 시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판에서부터 우리는 누가 마피아인지 알아내기 위해 흥분했다. 나는 우리 조원들의 연기력이 그 정도일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상황이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두세 번째 판쯤에서 나는 마피아로 간택되었다. 그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서 시민인 척했다. 그러나 게임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마피아임을 들키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마피아면 내가 캠프가 끝나도 집에 안 갈 것이다.”라고 했다. 내가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었다. 나를 의심하던 선량한 시민들은 나의 극단적인 공약에 결백을 인정해주었다. 우리는 거의 동틀 때까지 게임을 이어갔다. 몇몇 조원들은 말을 하도 해서 목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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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폴리스퀘어」외 6편
폴리스퀘어 조원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오토바이의 기억, 12월 벚나무는 벽돌처럼 단단했다 악몽과 흉몽에 번갈아 머리를 처박히는 순간 도형이 어긋났다 발목 하나가 피의 양념 두르고 버스 정류장까지 튕겨 나갔다 보드를 잃은 조각들 변질되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탑승하고 벚꽃 피기 전 입체 공간으로 전력 질주했다 헬멧 조각이 볼링공처럼 우뚝 선 가로수를 원 스트라이크 아웃시킬 때 봄이 찾아왔다. 빨갛게 육계를 벗어나 해체된 뼈를 온전히 끼워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회색 제복의 비둘기 구구구 사이렌을 울리며 회식을 즐겼다 강박 닫은 문이 닫힌 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닫은 문이 열린 문일 수도 있다 씻은 손에서 씻지 않은 손들이 태어난다 위쪽 구멍을 막으니 아래쪽 구멍이 뚫리고 신발, 배수구, 화장실, 혓바닥, 겨드랑이 귀신은 물 만난 고기처럼 떠든다 아가미도 없는 것들이 불을 지른다. 신문을 읊는다. 쌍욕을 한다. 담배를 피운다.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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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Live Forever
이상한 일이지만 내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기억이 희미하고 다른 조원들이 연기하던 장면만 인상에 남아 있다. 백설공주 역할은 꿈꿈돌이가 맡았고 우리는 촌극 1위를 차지했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다음 해 캠프에서도 내가 속한 조가 1위였는데 그때는 신데렐라를 패러디했다. 무리 없이 잘 진행되던 중 신데렐라와 계모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순간 신데렐라가 주먹을 내질렀다. 물론 계산된 연기였으나 캐릭터에 심취한 신데렐라가 진짜로 계모의 얼굴을 뭉개버렸다. 계모는 쌍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졌는데 그게 나였다. 신데렐라 놈의 이름과 얼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뒤로는 야외로 나가 바비큐를 먹고 캠프파이어를 했다. 진행자의 리딩을 따라 하하호호 레크리에이션에 임하다가, 왜, 그 게임 있지 않은가. 진행자가 임의로 외친 숫자에 맞게 근처에 있던 사람과 편을 짜는 놀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