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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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주인공
주인공 이시유 아 괜찮아 칠십 년 후엔 어차피 다 없을 거거든 니가 자랑하는 그 싱싱한 육체 똥 되어 저 벌레보다 하급으로 분류될 거거든 그때서야 너는 벌레의 육신이라도 좋소 볼 수 있는 눈을!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을 다이아의 빛을! 갈망할 거거든 지금, 어디로 가든지 손해는 아니거든 바다로 가든 사막으로 가든 인생은 ‘빛’ ‘여정’ 싱싱한 그 몸 있어서 넌 주인공이거든 살아 있다는 것 지랄 같은 기적이거든 싫어도 좋아도 너는 불길의 중심 신들의 표적, 광란의 봄이거든 주인공이거든 아 괜찮아 오십 년 후엔 어차피 우리 다 여기 없거든 일사불란, 다 죽을 거거든 무(無) 되거든 기회는 지금, 여기 차라리 지금이거든 빛, 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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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연재에세이3]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내 주변 인물들을 주조연급으로 격상시킬지, 단역으로 깎아내릴지는 순전히 주인공인 ‘나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다.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길 테고, 지금 당장은 내 옆에서 나를 괴롭히는 인물들도 멀리 보면 하찮은 조연에 불과하다. 주인공이라면 조연이나 단역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 영화는 중심을 잡고 제대로 흘러갈 수 있다. 주인공이 주인공인지 모르고,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영화만큼 재미없는 건 없다. 주인공이면 주인공답게 행동해야 한다. <슬램덩크>에서 농구 실력으로 따지자면 강백호가 아닌 서태웅이 주인공이었어야 한다. 하지만 원탑 주인공은 강백호다. 강백호는 지구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었다. 아무도 강백호를 허황된 인물이라 비난하지 않았다. 누구도 강백호를 의심할 수 없다. 강백호는 제대로 된 주인공이니까. 내가 주인공인 이유는 남들보다 예뻐서, 잘나서, 대단해서가 아니다.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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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3
주인공은 대체 누구인가 워터폴에서 주인공은 스노우딘 마을에 홀로 있던 꼬마를 만난다. 꼬마는 언다인이 ‘나쁜 놈들’을 때려눕히는 걸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하며, 시시각각 언다인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보며 언다인의 관심을 받는 주인공을 부러워한다. 주인공이 수풀 속에 숨어 있을 때 언다인에게 대신 잡혀 주거나, 넘을 수 없는 높은 절벽 앞에서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라는 등 꼬마는 워터폴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인 플레이라면 주인공이 인간이자 적이라는 사실을 안 꼬마와 다시 만나고, 언다인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다리에서 떨어지는 그를 구할지 말지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몰살 플레이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친구들을 해친다는 언다인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꼬마를 방해물 취급 하며 전투 상황에 돌입한다. 사실 말이 전투이지 주인공은 꼬마를 ‘공짜 경험치’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