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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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금강(錦江)
둘째, 야구 경기는 진보적 사고를 가진 자와 보수적 사고를 가진 자의 협력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란다. 좌익수와 우익수의 개념도 그곳에서 출발이 되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동우는 진보이고, 나는 보수이다. 우리 집은, 정말, 정통 보수 집안이었다. 물론, 나도 보수의 피를 물려받아, 내 몸속엔 보수의 피가 흐르고 있다. 우리 집안 사람들은 동우네 집안 사람들에게 행동은 물론 생각마저도 보수적으로 할 것을 요구했었던 것 같다. 각종 선거(選擧)에서도, 보수를 표방하는 후보를 찍도록 강요까지 했었던 것. “금강아~, 나는, 오늘 처음으로, 주인댁 몰래, 진보를 찍어버렸다~!” 내가 꼬맹이 시절, 친구들과 강변 억새밭에서 숨바꼭질할 때였다. 동우네 할아버지께서, 금강 앞에 홀로 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흔들어대며, 강에게 외치는 소리를, 나는 정말 우연히 들었다. 그분은 내가 엿듣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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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지금 한국영화는 역사 속으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니, 영화가 가장 치열한 대중문화의 현장이기 때문에 영화에 그려진 역사의 재현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방송은 수장을 정치권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철저하게 흥행에 민감한 영화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시작된 영화계의 대리 역사 전쟁은 보수적인 정치권과 진보적인 영화계의 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지난 9년간 정권을 잡고 있었던 보수적인 정치권과 그런 반작용 때문에 영화를 통해 저항했던 대중들의 운동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다른 분야의 어떤 곳에서도 영화처럼 치열하게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전개된 곳은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최전선에 있었던 문학이나 미술이 현저히 약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초전은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2012, 이하 <광해>)와 <도둑들>(최동훈, 2012)의 흥행이었다. 알다시피 두 영화는 2012년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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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바벨의 침묵
그것은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듯이 ‘성경의 바벨탑’을 인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는 말들로 분쟁과 쟁투의 역사를 시작했다는 식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바벨탑 이야기는 그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고 한데 모여 살며 스스로의 이름을 빛내고자 했던 창세기의 인간들, 그리고 그런 인간의 욕망과 행동을 정지시키고 인간에게 언어 착종과 이산(離散)이라는 반대급부를 내린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바벨탑 이야기는 구약성서 「창세기」 11장 1절부터 9절까지 담긴 내용이다. 이제까지 성경의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대체로 바벨탑이 지상에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하려 한 인간의 교만에 내린 하나님의 심판, 즉 모두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함으로써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도처로 뿔뿔이 흩어져 살 수밖에 없는 벌에 처해진 인간이라는 의미에 맞춰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