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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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생활소설 창작교실
그러자면 문학용어를 바꾼 『생활소설 창작 매뉴얼』을 펴내고 복음을 전파해야 했다. 다시 찾은 삶이 그것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10. 나는 관장에게 인사한 뒤 강의실을 나왔다. 인도를 터벅터벅 걷다가 멈춰 서서 삼층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부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생활소설 창작교실’ 간판이 보였다. 영롱한 광채로 빛나던 그날 밤의 간판과는 어딘가 많이 달랐다. 낡아 허물어질 것 같은 건물 탓인지 몰라도 후줄근하고 지저분했다. 그것은 헬스클럽과 분식집과 슈퍼마켓과 논술학원과 영어학원과 개인병원과 호프집과 커피전문점 간판들 사이에서 마치 간첩처럼 시치미를 떼고 매달려 있었다. 작가로 성공하지 못해 서러운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네. 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순간 이전엔 몰랐던 새로운 기쁨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마치 분수처럼 콸콸 솟구쳐오를 걸세. 생활소설 창작교실에 나오길 권유하며 관장이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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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3차 〈문학 강연 시장〉
간단하게 오늘 모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2023년도 《문장 웹진》 기획좌담 ‘창작, 노동’ 4번째 시간입니다. 요즘 창작자들을 크리에이터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아는 창작자와 크리에이터라는 단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쓰면 전문가, 나아가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좌담은 이렇게 생산자이자 노동자로서의 작가를 되짚어 보기 위한 의도로 구성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강연 시장입니다. 현재 강연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그리고 그 사이를 잇고 있는 여러 사람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이벤트이자 산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래서 강연 시장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가님 그리고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자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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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1차 〈부업이 있는 작가, 본업이 있는 작가〉
이미경 : 저도 강의를 한 6년 넘게 계속해 오는데 제가 하는 강의들은 연극영화과 아니면 문예창작학과, 국어국문과인데 어떤 대학은 국어국문과, 문예창작과가 합쳐지고 어떤 대학 문예창작과는 정원이 줄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잘리기도 하고 옮기기도 했는데. 그들이 하는 고민들 중 큰 부분의 하나가 경제력이에요. 그리고 이 문예창작학과들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건 거의 다 졸업생들의 취업률예요. 대학마다 다르지만 등단은 사실 취업에 속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거예요. 왜냐하면 글을 쓰고 싶은 친구들은 그게 자기의 시작인데, 회사에 들어가야지만 결과물로 쳐주니까. 대학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문예창작학과를 없애는 분위기, 축소시키는 분위기거든요. 요즘은 초창기 강의할 때보다 희곡 쓰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다 드라마, OTT 아니면 웹소설. 요즘은 웹소설 시작하는 친구들도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