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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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기획인터뷰]문장의 소리는 포용력 있는 문학라디오, 내구성이나 품이 넓다고 할까
(http://www.podbbang.com/ch/4295) “십 년의 긴 기간 동안 문학도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던 방송”, “기관에서 만든 팟캐스트인데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네요”, “ 김민정 시인 목소리 좋아요. 다정한 언니 같아요” 등등의 청취자 반응이 댓글로 달려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문학팬들이 듣기 시작했지만, 차차 문학 외적으로도 청취자 층이 넓어졌다. 회차가 쌓이면서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박물지’ 역할도 하고 있다. Q. 박지영 글틴 기자가 녹음 스튜디오를 방문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으로, 이원경 기술감독이 ‘명작극장’에 참여한 배우 목소리를 매끈하게 다듬고 있었다. 이 날은 이범선 작가의 1959년 작 ‘오발탄’ 제2막 중 ‘철호의 어머니’ 대사 레벨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 해도 난 모르겠다. 삼팔선.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제 고장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대체 누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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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호텔 해운대
그 바람에 리드미컬한 부산 억양과 센 발음이 날것으로 드러났다. "네, 청취자님.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특급호텔 〈호텔 해운대〉 숙박권입니다." 그러니까, 특급호텔이란 게, 제주도가 아니라 부산 해운대란 말인가! 수정은 앞장과 뒷장을 바꿔 책을 출판했을 때처럼 머리가 띵, 하고 아파 왔다. '제주도의 푸른 밤'을 실컷 틀어 놓고 해운대 호텔 숙박권을 주다니. 청취자를 우롱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러니 방송국 놈들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전화를 끊고도 수정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콜릿 호텔이 염전 위의 소금이 되어 입속을 굴러다녔다. 짜고, 짜고, 짠맛. 혓바닥의 짠맛이 입천장과 잇몸, 사랑니까지 구석구석 들러붙었다. 입안이 소금강이 될 듯해서 그녀는 종이컵에 믹스커피 두 포를 뜯어 부었다. 달고 느끼한, 무게감 있는 액체로 소금들을 덮어버려야 했다. * 화요일, 수요일 연차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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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라디오와 사랑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사람 살고 죽는 건 장난과 비슷했다. 아내는 연속으로 두 방을 맞고 뒤로 확 넘어가버렸다. 야, 잘못했다, 제발 눈 떠…… 내가 부둥켜안고 있을 때 아내가 눈을 번쩍 떴다. 서로에게 아주 민망한 순간이었다. 이 일이 있고난 뒤 우리는 텔레비전을 버렸다. 김주하와, 이젠 정말 굿바이였다. ― 러시아 민요 백 만 송이 장미, 알라 푸가체바의 음성으로 들으셨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청취자 사연에 올라온 노래입니다. 장미진 님 잘 들으셨나요. 장미진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에는, 아마도, 어떤 연인이 끼어들어 있겠죠? 꼭 옛일의 대부분은 연인과 관계된 것일 것만 같은 게 요즈음 날씨입니다. 아니었으면 죄송하고요.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사연을 들려드려야겠네요. 며칠 전에 장미진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은 이런 거였습니다. 제목을 알 수 없는데 자꾸만 그 노래가 생각나니 들을 수 있는 길이 없냐는 거였어요. 헌혈하고서 받은 시디가 있었는데, 그 시디를 잃어버렸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