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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 전쟁의 레토릭
솥뚜껑과 부뚜막은 먼지로 얼룩덜룩하고, 마당엔 어느새 잡초가 기승스럽게 자라 올랐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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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용탁,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벌레들』, 북멘토, 2013, 110쪽. 이후 이 작품의 인용은 제목과 인용 쪽만 밝히기로 함.
6 선안나, 『잠들지 못하는 뼈』, 미세기, 2011, 124쪽. 이후 이 작품의 인용은 제목과 인용쪽만 밝히기로 함.
전쟁은 “행주와 걸레”, 부엌의 사물들인 “솥뚜껑과 부뚜막”, 그리고 “먼지”와 “잡초”라는 사물의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이처럼 전쟁의 비극성은 사람의 몸을 조각내고 일상의 공간을 잠식한다. 흉가로 변한 집과 “썩은 냄새”를 풍기는 집은 더 이상 행복한 일상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예문에 언급된 “먼지”와 “잡초”, “퀴퀴하게 썩은 냄새”, “곰팡이”는 전쟁을 감각적으로 표상하는 기표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