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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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아아, 취미요?
아아, 취미요? 김미월 만돌린을 연주하는 겁니다. 궁중음식 요리예요. 스킨 스쿠버 다이빙이지요. 이렇게 답한다면 제법 근사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거짓말 길게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처지에 요런 짧은 글을 쓰는 데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라 했던가. 소 잡는 큰 칼을 닭 잡는 데 쓸 수는 없는 법. 하여 생각해 본다. 나의 취미는 뭐지? 내게도 취미라 할 만한 것이 있나? 새삼 안타까워진다. 취미에 대한 원고를 청탁받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취미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니. 나여, 그렇다면 너는 취미도 없이, 아니 취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나이가 계란 한 판이 넘도록 살아왔다는 말인가. 특별히 좋아하고 즐기고 여가를 보내는 데 유용했던 무엇인가가 내게도 있기는 했다. 십대에는 에프엠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가요부터 팝, 클래식, 영화음악, 월드뮤직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느라 나는 방과 후에 더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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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취미는 사랑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취미는 사랑 유재영 내 취미는 사랑인데 막상 그렇게 적으려니 정말 그런가, 정말 취미가 이것뿐인가, 싶어서 망설여졌다. 사랑밖에 몰라서가 아니라 취미가 사랑이라는 게 적합한가, 하는 맥락에서였다. 괜찮다고 느낀 건 국어사전을 찾아본 뒤의 일이었다. 국립국어원은 취미를 세 가지 뜻으로 풀이하였는데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란 의미는 두 번째 줄에 적혀 있었다.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을 취미라고 한다면 취미, 다음에 오는 빈칸에는 사랑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도달한 결론을 그녀에게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 취미는 당신뿐이야. 나와 가장 친한 사람도 내가 아니라 당신이니까. 앞으로도 당신이랑 더 친해질까 봐, 그게 걱정이야.” 그녀는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내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오래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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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내게 취미를 강권하지 말라
취미는 대개 일상의 잉여를 메우는 데 투여되는 여분의 노동이나 장기를 뜻한다. 한편, 취미는 일상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특정한 심정적 요소를 위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컨대 취미는 노동에서 결락된 것을 메우기 위한 감정적 사치이자 욕구 충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행되는 욕망의 대리물인 셈이다. 평생 취미생활만 누리며 사는 인간은 내가 아는 한, 없다. 거꾸로 타인이나 사회의 요구에 의해 노동해야 하는 많은 인간들에게 취미 생활은 정기적으로 섭취해야하는 포도당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취미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그런 맥락에서 취미도 특기도 없는 나는 대단히 행복하거나 대단히 불행한 사람, 둘 중 하나다. 정말 나의 취미는 뭘까? 지인들은 혹여 음악을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나이 먹으면서도 그 언저리에서 늘 배회하면서 어찌어찌 흉내라도 내는 모습이 공개된 판이니 딴에는 그런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