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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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두 친구
“지난번에는 일본 선생한테 칭찬받았다고 좋아하더니 오늘은 친일파 놈 자식이랑 친구라고? 그게 사실이냐?” “네, 미 미자랑 친구예요. 근데 미자는 좋은 애예요. 저한테 잘해 줘요.” “아무리 잘해도 일본의 앞잡이 딸인데 그런 애랑 놀다니 네가 지금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칭찬받은 것, 마음 맞는 친구와 잘 지내는 것, 할아버지가 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하려고 한 것이 왜 잘못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공부 잘하는 게 왜…… 흑흑, 잘못이에요? 저는 할아버지가 초상화 그릴 수 있게 되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 흑흑.” 할아버지는 흐느끼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공부라고 다 같은 공부가 아니다. 네가 해야 할 진짜 공부는 따로 있다는 말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서운하고 서러워서 울기만 했다. “아버님!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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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01001한 로봇 친구들
“어이, 부드러운 친구 안녕하신가?”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친구’는 내가 몸이 너무 약하다며 주인아저씨 로봇이 붙인 별명이었다. 처음 이 식당에 왔을 때 인간 손님이 오랜만이라고 반갑다며 아저씨가 악수를 청했는데, 그가 손을 너무 세게 쥐어 나는 꽥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후로 내 별명은 ‘부드러운 친구’가 됐고, 내 손가락과 손목은 3주 동안 시큰거렸다. “이봐 부드러운 친구, 어제 인간을 위한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봤어. 인간은 햄버거를 좋아하잖아, 그렇지? 그리고 꿀도 좋아하고. 그래서 생각해낸 건데 햄버거에 소스 대신 꿀을 넣는 거야. 그런 햄버거 어때? 맛있을 거 같지 않아?” “맛없을 겁니다.” “그래? 그런가? 다른 인간들도 안 좋아할까?”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걸요.” “그래도 혹시 직접 먹어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잖아, 내가 만들면 한번 먹어보겠어?” “아뇨.” “음, 그럼 이번 아이디어도 실패인가. 그래도 계속 노력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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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친구까지 삼십 센티
〈동화〉] 친구까지 삼십 센티 안보라 ? 수상자의 목소리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요.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열어젖히자 맞은편 창으로 바람이 가득 들어왔다. 나는 친구들과 교실을 나가다 멈칫했다. ‘문어왕!’ 뒤를 돌아보니 창가 책장 위에 놓인 문어왕이 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뛰어가 문어왕을 바람이 덜 닿는 자리로 옮겨 놓았다. 친구들 가운데 선 주리가 핀잔했다. “김희진, 뭐 해? 그깟 플라스틱 쪼가리가 뭐 중요하다고. 빨리 가자. 선착순 오십 명이랬잖아.” 새로 연 분식집 이야기였다. 분식집에서는 오늘 하루만 떡볶이 한 접시 가격에 두 접시를 준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주리는 아침에 자기 생일 파티 때 초대했던 친구들을 불러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사실 나는 주리 생일 파티에 끼지 못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