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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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혁명 전야를 향해 달리는 사마르칸트 기병대의 교리문답 外 1편
그나저나 이 낙타는 새벽이 되도록 쉴 생각이 없는 것 같구만 * ―리산, 빙산 아래서 외뿔고래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건 자네의 잔이 비었기 때문이라네 沃, 좀 더 달려 보게 * 달그락달그락, 혁명 전야를 향해 달리는 사마르칸트 기병대 알타이, 알타이 눈은 내리고 우랄, 우랄 눈은 내려 쌓이고 파미르, 파미르 눈은 퍼부어도 달그락달그락, 이제 다만 고요히 도사릴 시간 말발굽經을 들추어 교리문답을 음송해야 할 시간 ―오마르 ―카이얌, 카이얌 ―오마르, 오마르 ―카이얌 가장 긴 밤의 오후는 저무네. * 이탤릭체 부분은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에서 가져왔다. 오마르 부르면 카이얌, 카이얌 하고 가장 긴 밤의 오후의 눈발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마르 ―카이얌, 카이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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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간결하게, 강렬하게, 시인 이근화
고봉준 : 첫 번째 시집 『칸트의 동물원』을 읽으면서 이미지의 배열이 매우 압축적이어서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각과 이미지의 연쇄를 중심으로 시를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어떤 평론가는 이 시집을 ‘칸트의 동물원’, 그러니까 ‘칸트’라는 형이상학적인 요소와 ‘동물원’이라는 감각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읽기도 하더군요. 등단에서 첫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시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근화 :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시를 계속 썼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쓰는 과정에도, 쓰고 나서도 좀처럼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무엇이 없어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특히 이건 무슨 의미지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질문을 받으면 더 그렇습니다. 저는 대체로 이 세계를 관찰하는 무모하고 편협한 사람입니다. 논리적이고 엄정한 사람이 못 됩니다. 제게 시 쓰기는 사고와 판단 이전의 상태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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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원피스인문학 ― 와포루, 빅 맘, 사카즈키, 호디와 ‘악’
칸트에 따르면 "선악의 개념은 도덕법칙에 앞서서가 아니라, 오히려 도덕법칙에 따라서(도덕법칙의 뒤에) 그리고 도덕법칙에 의해서 규정될 수밖에 없다."6) 6) 칸트, 『실천이성비판』, 백종현 옮김, 아카넷, 2009, 138쪽. 선악의 개념들은 (중략) 이성의 범주들처럼, 객관들과는 관계하지 않는다. 선악의 개념들은 오히려 이 객관들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한다. 선악의 개념들은 모두 단 하나의 범주, 곧 인과성 범주의 양태들이다. (중략) 이 인과법칙은 자유의 법칙으로서 이성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고, 그로써 자기 자신이 선험적으로 실천적임을 증명하는 바이다.7) 7) 같은 책, 141쪽 칸트에게 선악은 객관적인 외부 세계와 관계 맺는 것이 아니다. 선악은 오직 인과성만을 따르며 이 인과법칙은 "자유의 법칙으로써 이성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