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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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소설의 원점, 혹은 클래식-퓨처리즘
소설의 원점, 혹은 클래식-퓨처리즘 박인성 시간의 순환과 소설의 원점 흔히 소설을 가리켜 시간의 예술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다. 물론 여전히 유효한 말이지만, 시간이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활용되었던 유용한 개념적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의 다양성이 늘어나고 시간에 대한 인지적 표현 수단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설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표현은 보편적이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 소설의 언어적 형식은 주제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의 삶과 그 의미화를 매개로 시간을 다루는 구성적 논리일 뿐이다. 오늘날에는 양자역학과 다양한 과학적 가설들에 의해서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보편화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삶을 연대기적으로 엮어서 기승전결의 플롯 구조를 그리는 소설의 시간적 이해는 그 자체로 시간에 대한 세련된 접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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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발표 신작시] 클래식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발표 신작시] 클래식 임경섭 형은 기타를 연습하네 엄마는 습관처럼 아프고 형은 습관처럼 기타를 연습하네 음악 선생인 아버지는 형이 딴따라가 될까 봐 장롱 위에 기타를 올려놓았지 엄마가 입원을 하는 동안 형의 키가 자란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야 부모가 집을 비울 때마다 숨겨 둔 음악이 빈집을 채우네 누나는 피아노를 시키면서 왜 형은 기타를 못 치게 할까? 피아노는 장롱 위로 올라갈 수 없으니까 엄마는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고 아버지도 한동안 보이지 않았네 똑같이 의대 나온 사람들인데 왜 여기 의사들은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없을까? 서울엔 의사들이 흰 건반처럼 많으니까 누나가 서울에서 레슨 받는 이유를 모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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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피아노
[예술을 위하여_4] 피아노 김경미 라디오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의 원고를 쓴다고 하면 모두들 첫마디가 ‘클래식음악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다. 하지만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에는 음악 원고만을 전담해서 쓰는 음악 작가가 따로 있고 일반 작가들은 음악 원고를 쓸 일이 없다. 그러니 그냥 일반 원고 작가들에게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도만큼의 지식과 애정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클래식음악에 대한 내 개인적인 지식은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니 클래식음악에 대한 대단한 식견을 예상하는 질문을 들으면 상대방을 실망시킨 듯 좀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들이 갖는 클래식음악 지식에의 거리감이 내게도 있음을 알려 준 듯 편안해지기도 한다. 그런 데다 꽤 오래 전에는 심지어 클래식음악의 한 장르가, 정확히는 피아노라는 악기 소리가 견딜 수 없이 거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