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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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최소주의
하지만 토마스는 항체를 보유하지 못했다. 더구나 처음 인근 도시의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토마스의 증상이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의식을 완전히 잃은 후에야 서울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이미 바이러스가 뇌까지 침투해서 손 쓸 방법이 없었다. 토마스가 건강한 상태였다면 이겨냈을 거예요. 김 교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언제부턴가 토마스는 거의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 식당에도 가끔 보일 뿐이었다. 이웃에서 식사를 청하면 흔쾌히 와서 어울렸지만 혼자 있을 때는 식사를 거르는 눈치였다. 토마스가 서울 병원으로 실려 간 후, 김 교수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토마스의 집을 청소했다. 냉장고에는 음식 재료 대신에 맥주만 가득했다. 설거지를 한 흔적도 없었다. 저녁을 맥주로 때운 거군요. 김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토마스가 떠올랐다.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마른 모습이었다. 식사만 거른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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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영화감상
친동생을 사랑한 루실이라는 여자가 겪어야만 했던 어그러진 사랑. 나는 그 사랑이 너무 슬펐다. 루실은 토마스에게 어머니이고 누나이며 연인이 되어 주고자 했다. 그것은 루실이 토마스가 동생이며 남편이고 아버지가 되어 주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오직 둘만이 세계가 되어 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토마스는 달랐다. 토마스는 나약하고 줏대도 없는 주제에 진짜 세계를 동경했다. 토마스의 나약함은 모두를 비탄에 빠지게 한다. 이 영화는 유령 이야기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의 경계를 지움으로 비극을 증폭시키는 이야기다. 눈 내린 크림슨 피크의 모습과 작은 소품, 의상까지 볼거리 또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역시 여자의 사랑은 위험하다. <비우티풀>은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보지 못했어요. 다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이토록 지난하구나!(농담)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결코 영화가 별로라서 잠든 건 아닙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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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우익’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3)
이번에 살펴본 두 작품은 ‘우익 성장담’이라는 형식으로 그 ‘패자의 언어’에 접근한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오늘날 ‘열등감’과 ‘흑화’를 둘러싼 첨예한 쟁점들은 여전히 이야기되기를 기다리며 남아 있다. 1) 이 소제목은 『구월의 이틀』(장정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제10장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2) 장정일, 「작가 후기」, 위의 책, 334. 3)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토니오 크뢰거」, 『토마스 만 단편선 :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 민음사, 2009, 14면. 4) 토마스 만, 위의 책, 13면. 5) 토마스 만, 위의 책, 44면. 6) 장정일, 앞의 책, 192면. 7) 장정일, 위의 책, 97면. 8) 장정일, 위의 책, 151면. 9) 토마스 만, 앞의 책, 38면. 10) 장정일, 앞의 책, 243면. 11) 장정일, 위의 책, 164면. 12) 장정일, 앞의 책, 330면. 13) 장정일, 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