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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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글라이더
하림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불길함이 엄습했다. 나는 하림을 향해 달려갔다. 하림이 야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하림을 쫓아 산을 올랐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꼭 해야겠어? 꼭 혼자 해야 하는 거야? 내가 옆에서 봐주면 안 돼?” 하림이 내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림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이게 뭔지 알아?” 하림이 자신의 등을 가리켰다. 나는 하림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하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하림의 굽은 등을 슬쩍 쳐다보고는 조용히 답했다. “무, 무겁겠네.” 하림이 갑자기 입을 막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내 말이 맞는다며 사실 엄청나게 무겁다고 했다. “요즘 들어 이게 얼마나 무거워진 줄 아니?” 하림이 옆에 있던 나무를 붙잡으며 한 발 올라섰다. 그러고는 풍선껌을 불었다. 나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풍선껌이 탁, 하고 터졌다. 하림이 다시 껌을 씹었다. 이건, 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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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一 人 詩 爲 (일인시위) ‘젠트리피케이션’
하림 치킨 본사와 엘레강스 성형외과 사이 마룬 파이브 노래. 귀를 막아. 비명을 쳐. 도망가. 지난 주 여 선배가 올리브영 짬뽕 얼굴 크림을 사용해봤다. 크림이 너무 오랜 시간으로 얼굴에 녹아있었다. 얼굴이 쫌 노래졌다. 크루톤 같은 것이 됐다. 그래서 그 소녀가 얼굴을 상추로 싸고 나는 샐러드라고 불렀다 나는 그 소녀에게 이 노래를 썼다 CGV에서DMZ물병 살 수 있고 DMZ에서GNC 단백질 가루 살 수 있고 GNC에서 비피 리가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줄 수 있지만 추석날에 캐러멜 라떼만 구하고 싶었다! 헬조선! 헬조선! 헬조선! 헬조선! 어렸을 때 잠이 오도록 김치를 세어봤던 착한 김밥천국 아주머니들 밤새 우는 소리 들었다 아침마다 옥상에 젖은 베개 커버를 널어 말리는 김밥천국 아주머니들을 보았다. 다시 마룬 파이브 노래를 들어 귀를 막아 돌아서서 가버리고 싶은데 캐러멜 프라푸치노색 안경 통해 세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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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문학특!기자단]팀 볼러에서 한유주까지
◈ 한-영 젊은 작가의 만남, 캐리 허드슨 & 한유주 잠깐의 휴식과 음악가 하림의 공연이 펼쳐진 후, 영국의 주목받는 신예 작가 캐리 허드슨이 무대에 올랐다. 『토니호건은 엄마를 빼앗아가기 전 나에게 아이스크림 플롯을 사주었다』(이하 『토니호건』)라는 독특한 제목의 처녀작으로 영국에서 시선을 끈 캐리 허드슨은, 짧은 영상에 이어 직접 『토니호건』 일인극의 앞부분을 열연해 박수를 받았다. 정적이 이어지다 갑작스레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의 집안 여자들의 독특하고 혈기 넘치는 태도에 대한 설명이 시종 유쾌하게 이어졌다.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소설이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연극이었다. 『토니호건』 일인극은 실제로 영국 극장에서 상영돼 캐리 허드슨 본인이 직접 연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상 깊은 일인극에 이어 한국의 젊은 작가 한유주가 무대에 등장하고, 두 키 큰 여자 작가와의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