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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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통해서본 '죄와 벌'의 의미 (1)
그런 생각은 사유가 이전에 지니고 있던 도덕관을 무너트리고, 인간의 심리적 조화를 깨트린다. … <노란 색 작은 방>은 시기심으로 가득 찬 삶, 악마적인 삶, 고독한 삶의 상징이다.” 이렇듯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를 주인공의 ‘심리적 억압’에서 찾는 모출스키의 입장은 이 작품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언급과도 일면 맞아 떨어집니다. 1865년 9월, 작가는 아직 『죄와 벌』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러시아 통보>라는 잡지의 발행인인 마하일 카트코프에게 보낸 편지에 “이 작품은 한 범죄에 대한 심리적 해석입니다.”라고 쓰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해석은 단지 한 측면에서만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내면에는 이보다 훨씬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동기가 깊숙이 숨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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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윤흥길의 「완장」을 통해서 본 ‘권력’의 의미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글의 첫머리에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얻은 거지요. 즉, “왜 제복이나 완장 같은 것을 착용한 사람들은 대체로 아무에게나 위압적인 태도를 내보이며 암암리에 거친 말을 사용하고 걸핏하면 부당한 요구를 할까?” 또 “왜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주눅이 드는 것일까?”에 대한 해답을 이미 얻었다는 말입니다. 대답인즉, 바로 그것이 권력이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의 실상이라는 거지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인간의 진실이라는 겁니다. 아직도 ‘완장문화’가 남아 있다면 짐 바아도(P.G. Zimbardo) 박사의 ‘모의 형무소’ 실험은 크게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선, 짐 바아도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주장한 해석이지요. 즉, “피실험자들 양쪽에 나타난 극도로 병적인 부작용은 사회적 힘이 작용할 때의 위력을 실제로 증명한다.”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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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상실의 형식(2)
그에게 소리란 언제나 해석될 수 있고,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통신의 신호들이기 때문이다. 신종원의 소설 속에서 음악은 다른 이의 목소리, 알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관계와 마주하게 하는 음향 신호다. 소리로 가득 찬 신종원 소설의 세계 속에서 음악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매개이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해석되어야 할 신호다. 세계를 이루는 소리는 너무나 많이 중첩되어 소음이 되고 만다. 하나하나 나누어 본다면 그 소리는 각자의 질서를 가진 음악이겠지만, 세계는 하나의 질서나 관점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 포화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무엇 하나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가득한 세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는 고유의 패턴,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소리에 부여된 질서는 음악을 만든다. 이 과정을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세계는 끝없이 발생하는 개체와 사건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