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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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생성을 노래하는 새로운 방식
《문장 웹진/ 2007년 2월》 주1) 해는 같은 시집에 실린 허수경의 다른 작품 「새벽 발굴」에서도 “발굴지를 덥석 집어 제 식민지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우주의 소작인”이라는 부정적인 상징으로 그려진다. 「물 좀 가져다주어요」에서도 “아이들을 잡아먹느라 매일매일 부지런한 태양”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허수경의 시에서 태양은 이처럼 “덥석 집”어 올리거나 “잡아먹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를 동반한다. 그것은 건설하고 관리하고 집어삼키는, 인류의 전쟁과 식민의 역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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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고래고래 통신
"어, 수경 쌤." 수경 쌤은 애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강당 문을 닫았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에게 수경 쌤이 미소를 지었다. "발은 괜찮아요? 무리하면 안 될 텐데." "괜찮아요. 계단도 얼마 없고, 다니기 편해요." 그렇구나, 라며 수경 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이랑 지내는 건 어때요?" "뭐, 그럭저럭······ 요. 시간도 얼마 안 지났고. 별일 없었어요." 내 대답에 수경 쌤은 다행이라며 작게 웃었다. "잠은요? 둘이 같이 잘 수 있겠어요?" 왜 이렇게 말하지. 나는 의문을 담은 눈으로 수경 쌤을 보았다. "파트너랑 참가자가 같은 방 쓰잖아요? 그게 규칙이라고······." "그렇긴 한데." 수경 쌤이 한 번 더 문 쪽을 돌아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원이는, 작년에 좀······ 문제가 있었어요." "흉터가 있어요. 등록증 사진 보면. 고글로 가리는 부분에, 눈 위쪽으로 좀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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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붙기 전에 外 1편
붙기 전에 고영민 『창비시선 300 기념 시선집』이 그만 변기에 빠져 버렸다 화장실 찬장 선반 위에 올려놓고 볼일을 볼 때마다 내려 들춰보던 책이 쏟아지면서 보기 좋게 변기 속으로 골인을 했다 재빨리 끄집어냈는데도 책 가장자리가 온통 젖어 낱장들이 하나로 붙어 있다 방에 들어와 붙어 있는 낱장을 떼어 낸다 김수영과 정철훈을 떼어 내고, 정철훈과 허수경을 떼어 내고 허수경과 장석남을 떼어 내고, 장석남과 나희덕을 떼어 내고 고은과 김용택을 떼어 내고, 김용택과 이은봉을 떼어 내고 이은봉과 박형준을 떼어 내고, 박형준과 강신애를 떼어 내고 손택수와 임영조를 떼어 내고, 임영조와 하종오를 떼어 내고 김선우와 이시영을 떼어 내고, 이시영과 장대송을 떼어 내고 문태준과 안도현을 떼어 내고, 안도현과 유안진을 떼어 내고 조말선과 유홍준을 떼어 내고, 유홍준과 최영숙을 떼어 내고 최영숙과 이병률을 떼어 내고, 이병률과 박연준을 떼어 내고 이재무와 신경림을 떼어 내고, 신경림과 이진명을 떼어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