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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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4․3문학을 넘어 매직리얼리즘으로
현기영 : 지금 『순이 삼촌』을 영화 제작 한다고 준비 중인가 봐요. 아직 크랭크인은 안 되었지만. 김윤영 : 계약하셨어요? 현기영 : 계약했죠. 시나리오를 보내와서 내가 보고 출고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윤영 : 이제야 만들어지는군요. 단편인 「순이 삼촌」을 가지고 만드는가요? 더 많이 개작하거나 첨삭하지 않구요. 현기영 : 거기(=「순이 삼촌」)에 4.3과 관련 있는 내 다른 작품에서도 에피소드 같은 것을 따오고. 김윤영 : 그렇군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현기영 : 48년이 4.3 발발이니까 60주년 되는 2008년에 상영하려고 생각해요. 김윤영 : 그러면 2년 남았네요. 현기영 : 적은 예산이지만 열심히 잘 만들어보려고 하는 모양이에요. 김윤영 : 영화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알리셔야겠네요. 현기영 : 제주도에서는 다 아는데.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중앙에서는 신경도 안 쓰고 잘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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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카페 유랑극장 후기]유랑극장에서 바라본 문학, 죄, 야만의 얼굴들
현기영의 ‘4·3문학’이라는 야수를 조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건네도록 한 탁월한 조련사들. 이들은 여러 공연 장치들을 통하여 현기영 문학의 심연에 깔린 주제를 끄집어 올렸다. 관객들은 아우슈비츠, 제주 4·3,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통시적 고통의 정체를 직시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시대의 악몽들 속에서 울부짖던 수많은 주검들. 그 창백한 얼굴들이 겹치고 겹쳐져서 마침내 단 하나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 얼굴의 이름은, ‘살아남은 자’. 바로 나다. 그리고 물론, 당신이다. 법학자 이재승 교수는 2부에 진행된 강연을 통하여 현기영의 소설 「목마른 신들」과 「쇠와 살」이 가지고 있는 얼굴을 그려냈다. 그 초상화에 그려진 얼굴은 ‘형이상학적 죄’의 얼굴이다. 그리고 그 초상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 모두의 얼굴이다. 경악스런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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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카페 유랑극장 리뷰]제주의 바람과 원주의 응시
현기영 선생님의 단편소설 「쇠와 살」, 「목마른 신들」을 토대로 형이상학적 죄란 무엇이며 살아남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안쓰러운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현기영 선생님의 소설을 극화하여 방은미 연출님께서 낭독 공연을 맡아 주셨습니다. 심방이라 부르는 제주의 무당이 나와 4·3 사건 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진혼굿을 한바탕 치러 주던 시간이었지요. 억울한 영혼들이 곳곳에서 흘린 눈물이 보이는 것만 같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한때 제주의 로미오였다는 현기영 선생님의 유머러스한 농담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 것은 그 자리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진혼의 장소’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유랑극장’이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방식 또한 그러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한두 줄의 문장으로 남겨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