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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홍의 부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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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메리 올리버「완벽한 날들」중에서
조해진, 『홍의 부고』중에서
홍의 사진요? 우리가 무슨 애틋한 사이였다고 내가 걔 사진을 갖고 있겠어요. 장례식장엔, 글쎄, 아무래도 전…… 못 갈 것 같아요.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준비도 못했고 내가 가봤자 홍은, 아니 홍의 영혼은 날 불편해할 텐데요. 뭐. 저 대신 조의금이나 좀 부탁드려요. 여기요. 봉투는 알아서, 예, 예.
근데요,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어디가 좀 불편하세요? 아니,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혹시 이 약요, 한 알 드셔보시지 않을래요? 저도 가끔 먹는 항불안젠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거든요. 약사는 이런게 좋은 것 같아요.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그냥 먹을 수 있다는 거. 물론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빼돌려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요. 정말, 필요 없으세요? 이거 구하기 힘든 약인데 …… 약을 잘 모르시는구나. 어떤 약은요, 사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