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91)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우아한 관계
우아한 관계 - 유령거미 박연숙 여덟 개의 손가락에서 예순여섯 개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시 머나먼 너를 향한 여정 순결한 소용돌이 거짓말은, 투명한 몸짓으로 흔들린다 마지막 인사는 나의 취향 입술, 눈, 심장을 별자리로 걸어 놓는다 날개를 믿지 않는다면 입 안의 어둠을 모두 보여주겠다 몸에 대한 예의로 팽팽한 시위를 한번 울려 주렴, 입맞춤 오랫동안 허기를 길들였다고 믿었으나, 여덟 개의 손가락으로 단 하나의 함정을 만들 수 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
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 김이듬 젓는 것과 흔드는 것의 차이를 말씀드릴까요? 내가 셰이킹 하는 모습을 보며 휘파람 부는 사람이 있고 칵테일이 맛있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죠. 팔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저기 구석자리에 있는 걸 알아요. 그는 언제나 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 주문하죠. 낡은 마루처럼 민감한 사람들의 반응, 그래 봤자 차이는 의자 간격 정도죠. 퍼포먼스가 아니에요. 나는 이 밤의 바에서 칵테일을 파는 사람. 팔이 빠져라 흔들고 섞고 저으며 적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리골드는 구역질나게 썩는 냄새를 피워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죠. 하지만 어제 죽었어요. 나는 이 화분을 안락의자 위에 올려 둡니다. 운명은 운명적이지 않고 예술은 예술적이지 않아서 나는 의자들을 수집합니다. 어깨가 아픈 사람을 등받이가 긴 의자에 앉히고 만취한 사람은 벤치에 눕혀요. 약을 한 내 동료는 경찰에 잡혀 갔지만 약을 팔고 성매매 한 클럽 주인은 오늘 헬스장에서 셀카를 찍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통해서 본 ‘관계’의 의미
다시 말하자면, 만물은 관계 속에서만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간 역시 단지 그가 맺는 관계 속에서만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어린 왕자처럼 어떤 별에 혼자 떨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가 오기 전에 이 별은 흙과 돌멩이들만 있는 ‘사물들의 세계’ 곧 ‘그것(It)'들만이 존재하는 ‘3인칭의 세계’였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도착하고 난 다음부터 그곳은 ‘나(I)’와 ‘그것(It)’들이 존재하는 1인칭과 3인칭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곳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때문에 아직 아무런 의미와 가치도 없는 세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