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1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당신
당신 김언희 사랑하기에는, 이빨이 너무 누래요 사랑하기에는, 입이 너무 벌어져 있어요 사랑하기에는, 혀가 너무 뻣뻣해요 사랑하기에는, 잇새에 낀 터럭이 너무 길어요 사랑하기에는, 파리 떼가 너무 엉겨 붙었어요 사랑하기에는, 뒷집 치와와를 너무 빼닮았어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당신 곁의 ✕✕들
소설이 지승이 엄마를 ‘당신’으로 부르던 것과는 다르게 소설의 제목은 ‘당신 엄마’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때의 ‘당신’은 소설 속의 아들인 지승이일 수도, 독자일 수도 있다.11)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가보다 호명 당한 ‘당신’에게는 이 부당한 게임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이런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설은 사라지고 가려지는 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누구를 부를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대답도 함께 제시한다. 당신 곁에는 이름이 지워져 버린 ✕✕들이 있다. ✕✕로 비가시화된 누군가가 엄마만은 아닐 것이다. 불릴 수조차 없게 되어 그 존재마저 삭제당하는 일이 게임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당신의 엄마, 당신의 애인, 당신의 동생, 당신의 동료, 당신의 친구, 그리고 어쩌면 당신 자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그런데 당신, 그거 당신 맞나요?
[2014년 신춘문예 당선자들과 함께하는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 그런데 당신, 그거 당신 맞나요? - 아베 고보의 『타인의 얼굴』 최현우(시인) 부끄러운 첫사랑 얘기로 시작해볼까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생겼습니다. 겉으로는 안 좋아하는 척했지만,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 일촌을 걸었습니다. 일촌신청이 수락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여자아이가 좋아하던 연예인, 음악, 영화, 책, 생각 등을 공부보다 열심히 익혔습니다. 그 시기와 맞물려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안경을 벗고 부모님 몰래 콘택트렌즈를 사서 끼고, 학교 두발 단속을 피해 머리를 기르고 교복을 줄였습니다. 여자아이의 마음에 들고 싶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짝사랑이 일 년쯤 되었을 때 고백을 했습니다. 그러나 거절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아이는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잘생긴 남자아이였습니다. 세상 모든 이별노래는 그때 다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