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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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사이
사이 장석주 강 중심을 향해 돌을 던진다. 장마가 끝나고 단풍 된서리 눈보라가 차례로 지나갔다. 다시 백로(白露)와 상강(霜降) 사이 그 돌은 하강 중이다. 방금 자리 뜬 새와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 생(生)과 몰(沒) 사이 밥과 술에 기대 사는 자가 담벽에 오줌을 눈다. 그 아래 작약과 비비추, 호미자루와 죽은 쥐, 구접스러운 것들 다 황홀하다. 구융젖 빨고 구핏한 길 돌아 예까지 왔으니, 더러는 쏠쏠하게 이문이 남지 않았던가. 돌아, 돌아, 돌은 제 운명의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 사이 그 고요의 깊이를 측량하며 하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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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벚꽃 사이
벚꽃 사이 박유하 벚꽃 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드러났다, 서서히 그 빛은 나를 응시하며 어느 한구석을 증명했다 그러한 구석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으며 맨들맨들하다 그때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그 구석을 콕, 콕, 부리로 쪼았다 구석이 터질 것 같았다 한 번도 태어난 적도 없이 구석은 잔뜩 알을 배고 있었다 나는 새를 쫓아내다가 균형을 잃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어지럽게 받아냈다 어디선가 구석의 알이 쏟아지고 있다는 듯이 나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빛 속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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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우리 사이 무슨 사이?」외 6편
우리 사이 무슨 사이? 김성진 꽃은 꽃대로 나비와 통하는 데가 있다지만 정말 친한 사이는 아닌 거 같고 악어는 악어 나름대로 악어새와 친하다 말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생각 서로 망을 봐주는 기린과 얼룩말쯤은 돼야 진정한 친구 사이일까? 묻는 말에는 대꾸도 없다가 발바닥 핥던 혀로 성큼성큼 다가와 내 콧등을 핥는 너 나한테 너는 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