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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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우주 택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라.” 잡스가 탭댄스를 추며 노래를 시작했다. 흰색 셔츠와 복숭아뼈까지 오는 바둑판무늬 바지가 탭댄스를 추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태대댑, 태대댑, 내 이름은 잡스. 유능한 우주 택배의 매니저. 태대댑, 태대댑.” 까만 구두로 바닥을 두드리더니 한 바퀴 돌고 멈추었다. “우주 택배 매니저 일을 맡는 나와 루나발라당 춤을 춰보겠나? 유후~” 잡스가 얼빠진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길쭉한 앞니가 달빛에 반짝였다. 뒤로 벌러덩 넘어질 만큼 동작이 큰 춤으로 정신을 쏙 빼놓은 잡스가 갑자기 멈추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촤르륵. 7장의 카드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졌다. “한 장 골라봐.” 난 얼떨결에 카드 한 장을 뽑았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카드 뒷장에 글씨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우주 택배와 계약이 맺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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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우주 백반
우주 백반 신동옥 여자는 백반처럼 늙었다. 밥덩이 손뭉치에 비닐장갑을 끼고 국 기운이 붐비는 밥집 구석에서 자주 수저통을 놓치는 여자는 비도 오지 않는 쌀뜨물 구름 아래 밥 쟁반을 이고 종종걸음 치는 여자는 찌그러진 국그릇에 늘어진 젖통을 담은 브래지어를 자꾸만 추이는 여자는 남도 찌개처럼 푹 쉰 몸뻬에 담겨 후추처럼 쇠잔한 터럭을 함부로 흩날리며 밥 쟁반 위에 춤추는 여자는 굽어 쪼그라든 팔을 마법처럼 놀리는 여자는 간판 속에서 이십사 시간 누룽지처럼 굳어가는 여자는 달덩이를 끌어당기는 국자 속에 찌개는 파도치고 피로한 두 눈을 소처럼 끔벅이며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다 하초로 흐르는 짙은 피를 갈앉히는 여자는 주방을 나서 밥집 셔터를 내리다 말고 천장의 미등이 꺼질 때까지 오래도록 밥집 거울을 들여다보는 여자는 백반처럼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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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억의 우주
기억의 우주 이병률 고개를 든 것뿐인데 보면 안 되는 거울을 본 것일까 고통스레 관계를 맺은 기억들, 기억의 매혹들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제 쓰거운 것이 돼버린 파문들을 단숨에 먹어치우고 끝내버리자는 것일까 하나의 지구를 녹이고 또 하나의 지구를 바꾸게 되었다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하지 말라는 듯 우주는 새들을 풀어 놓았다 무엇으로 다시 천지를 물들일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듯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우주를 쌓이고 쌓이는 외부의 내부를 어쩌자고 여기까지 몰고 와서는 안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해를 보면 어두워지는 달을 보면 환해지는 기억들은 왜 적막하게 떠돌지 못하고 우주에 스미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