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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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흡연구역
흡연구역 이용임 풍경은 가장자리부터 그을린다 충혈된 창문을 열면 맥고모자를 쓴 햇빛 혹은 그림자 모자를 벗어든 그가 의자에 앉혀두고 잊은 얼룩을 손가락으로 툭, 두드린다 백발이 된 웃음들이 깔깔거리며 흩어진다 나비의 심장이 허공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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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한낮
한낮 이용임 종이를 반절 접으면 물 위를 날아 건넌다 가지 위에 앉았다가 흘러 수렁이 된다 등이 젖어 날개처럼 업혀간다 캄캄하다 지워진다 하얗다 지워진다 손발이 표백되어 커다란 입 속에 가지런히 돋은 이가 스물여덟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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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 저물녘
이 저물녘 이용임 머리를 감은 꽃들의 고요 너머로 나비 날아간다 아름다움을 딛고 산다, 고 말하면 거울 조각의 바다에 올려놓은 발등을 생각한다 얇은 날개 위에 얹혀진 빛과 파닥이는 난반사를 곁눈으로 보며 나는 왜 일찌감치 혓바닥을 잘라 저 꽃밭에 묻었을까 갸우뚱거리며 긴 모가지를 흔들거리는 꽃들과 저무는 빛 사이로 흘러드는 습기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비행 사이 우두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