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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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시침의 기다림」외 6편
씨익 웃으며 윗옷을 치켜드는 아이처럼 텃밭에 아기 토란 잎 배꼽 찾느라 몸을 들썩이는데 이슬이 또르르 안으로 굴러가며 알려 주었어 배꼽 잡고 웃으면 떨어져 나갈까 봐 키득키득 웃는 아기 토란 코코의 짝사랑 공원에서 만난 여친 향해 로그인 꼬리 흔들며 접속 투스텝 밟으며 다가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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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끓는점 백도씨
이런 경우 나는 손님과 손님의 짝사랑 상대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주선했다. 가장 좋은 상황은 다 같이 모여 어울려 노는 것이었다. 나는 종종 손님들의 오랜 친구로 둔갑해, 모임 자리에 초대되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손님의 짝사랑 상대가 손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면밀하게 관찰했다. 모임을 이룰 여건이 안 되는 경우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일이라도 꾸몄다. 그때는 정말 가관이다. 짝사랑 상대가 다니는 학원 근처에서 손님과 둘이 잠복근무를 타다가 손님의 짝사랑 상대가 나타나면 그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척 연기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아이들이 만났을 때, 그 시너지는 엄청나다. 잘 지냈냐고 서로 인사만 나누었을 뿐인데도 옅게 피어나던 증기가 갑자기 펑 하고 터져 오른다. 이런 경우 결말이 매우 깔끔하다. 손님의 사랑도 채우고 나의 허기짐도 채운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어긋나는 경우, 나는 손님의 슬픔을 달래 줘야 한다. 이건 몹시 질척이고 피곤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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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연날리기」외 6편
마도로스가 되고 싶으셨던 아버지 밤바다에 귀를 대고 파고를 점치곤 했지만 이슬 수북한 논두렁에 주저앉았다 바다가 쉰 목소리로 불러대도 뒤엉킨 벼포기는 헤칠 수 없는 덫이었다 돛 한번 올리지 못하고 다랑이에 닻을 내리고 자식들 눈 속에 바다를 가두었다 꺼칠한 손으로 벼포기 거둬들이던 날 팥알처럼 튀어 나갔던 자식들은 깃발 없는 빈 배로 돌아오고 짚가리 아래 아버지는 볏단보다 길게 누웠다 닻 내리고 싶은 곳을 이제야 찾으신 듯 햇볕 쪽으로 머리를 두셨다 움딸* 짝사랑하다 불타 죽은 지귀의 혼이 쓰인 게 분명하다 언제까지 논바닥에 서서 하염없을 텐가 먼 길 달려 당도한 연인의 창문을 바라보며 기진한 벼 이삭 가슴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노랫소리에도 열리지 않고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당신 불러도, 불러도 꿈쩍 않고 탱자나무 울타리인들 뛰어넘지 못할까 당신이라는 빙벽에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빌어먹을, 이놈의 짝사랑 헌신짝만도 못한 돌부리를 걷어차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