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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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까치 친구
“야, 이럴 땐 ‘우리 친구 하자’ 하고 손을 내미는 거야!” 나는 용기를 냈어요. 그러고는 후크 선장이 시키는 대로 손을 내밀었죠. “우리 친구 하자.” “좋아, 우리 이제 친구 하는 거야.” 까치는 무척이나 좋아하며, 내 손을 마주 잡고 힘차게 흔들었어요. “누나들은 벌써 친구가 됐으니까, 너희들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누나는 공을 가지러 집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정말 신나는 공놀이였지요. 장난감 인형들과 노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었어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던지고, 놓치고, 잡고, 굴렸어요. 지칠 때까지 놀고 나서 누나가 말했지요. “이제는 너희끼리 놀 수 있겠지? 누나들은 워낙 바빠서 말이야.” “응.” 까치와 내가 친구가 된 것은 확실했어요. 우리 둘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걸 보면. 우리는 둘이서 신나게 놀았지요. 저녁이 되었어요.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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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두 친구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동화(장편)] 두 친구 장은영 1. 사진관에서 만난 사람 “저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입니다.” 너희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히카다 선생님의 말에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윤서가 제대로 말했다. 조선인도 천황폐하의 자식이다. 그러므로 천황폐하께 충의를 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국신민서사」를 꼭 외워 오도록 한다. 알겠나?” “네.” 나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아이들에게 난 다르다는 것도 보여 주고 싶었다. 공부를 못하는 조선 아이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일본 아이보다 더 일본인 같은 모범생이 되고 싶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미자네 집으로 왔다. 「황국신민서사」 외우는 걸 서로 봐주기로 했다. 나는 눈을 감고 「황국신민서사」를 외웠다. 미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내가 틀리는 곳이 없는지 듣고 있었다. “짝짝짝!”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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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천국에서 온 친구
천국에서 온 친구 조헌용 나비 같은 여자가 머물다 떠난 뒤로 강은 자꾸만 바깥 소식들이 궁금했다. 밤 깊어 낚시꾼 하나 없는 텅빈 자리덕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웠다. 밤바다에 떠 있는 굵은 전자찌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강의 한숨이 멀어지는 파도를 붙잡았다. 점, 점, 점, 멀어지던 전자찌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잠겼던 찌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서너 번, 그제야 강은 아무런 기대도 없이 낚싯줄을 감아들였다. 반 뼘도 되지 않는 작은 한치였다. 한치를 잡겠다고 가짜 미끼를 던져 놓고도 올라온 한치가 생경스러웠다. 일주일이 넘게 같은 자리에 앉아 낚시를 하면서 강에게 걸린 것은 파도에 젖은 달빛뿐이었다. 애써 잊어 왔던 수많은 그림자들이 문득문득 달빛으로 떨어져 다시 파도로 멀어졌다. 하현으로 기우는 달 주위로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에이, 씨. 한치가 토해 놓은 먹물에 놀라 우종종 두어 걸음 물러났던 강이 한치를 패대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