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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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비트 10 외 1편
비트 10 신동옥 먼지 낀 사방나무가 비트 밖 오솔길에 그림자를 드리울 때 기억에 가물가물한 타깃의 표정을 애써 떠올린다. - 기적처럼 너를 다시 보는구나. 네가 아직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캐묻는 듯한 푸른 눈동자 - 모두 고아야, 삶은 거저 주어졌단다. 낯선 피를 받아들이려는가 별은 뾰족하고 소리가 없다. - 눈을 감으면 어둠을 볼 수 없어. - 이봐, 삶을 아끼지 마. 아득하고 그윽하고 깊고 쓸쓸한 총구 속에서 짐짝처럼 어둠에 실려서 살점은 이장移葬하는 일 - 이봐, 삶을 아끼지 마. - 눈을 감으면 어둠을 볼 수 없어. 인간은 저격수로 태어나 타깃으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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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악기(惡記) 5~10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의미를 갖지 않고 그것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적재되고 확산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사람을 분노로 만들 뿐 아니라 미래를 현재의 악행에서 되쓰게 한다. 10 시인의 시간은 언제나 자정이다.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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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참회록 10 - 계시 외 1편
참회록 10 허연 당신이 오라 해서 숲에 들어왔습니다. 이끼 위에 남은 당신의 발자국과 자작나무 가지에 걸린 당신의 머리칼을 따라 왔습니다 하지만 잊혀진 무덤 몇 개 잡초에 가려져 있는 곳에서 나는 당신을 잃었습니다. 무섭고 신비스럽습니다. 자작나무가 슬프게 떠는 숲에서 이 가을의 빗살무늬 앞에 섰습니다 죄 많은 빛과 어둠 무늬가 된 세월들 사선으로 내려오던 참회가 어느새 모여 북풍이 되고 그 사이로 잘게 찢겨져 들어온 기억들이 연서들로 쌓이는 동안 당신의 이름은 흩어집니다. 사선으로 들어온 상처들을 다시 살펴보지만 당신은 나를 호명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 숲 어딘가에서 저 사선으로 내리꽂는 차가운 빗살무늬로 서 있겠지요. 빗금처럼 서 있겠지요. 당신에게 묻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전생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