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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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장에서 생태계로
(단, 그들의 논의가 소설이라는 장르, 읽는 측을 염두에 두며 시작한 것임은 일단 유의해둔다.) 우선 한국에서도 간헐적으로 언급된 오츠카 에이지의 논의인데, 그는 2010년대 중반 일본 소설의 경향을 일별하는 지면에서 “소설을 포함한 ‘책’이나 ‘언어’에서 ‘정보’로서의 실용성·즉효성을 찾는 흐름”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그는 소설의 독자가 마치 기능성 식품처럼 소설이나 그 밖의 책, 언어 등에서 “‘감정’에 대한 직접적 효능을 찾는 독해방식”을 당연시하거나 “‘서플리먼트’ 같은 단순한 기능을 바”라는 경향을10) 그가 분석하는 독서 경향 및 출판계 분석은 소설의 변화도 당연히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하나의 역사”이며 문학이든 언어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경제적 요인 때문에 변화할 수밖에 없거나 스스로 적극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는 점을 전제로 펼친 것이므로 일종의 자본주의 시장 하의 소설 형질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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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사유의 형식
[기획특집] 2011년 경향진단·소설 사유의 형식 허병식 이 스마트한 시대에……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읽고 쓰는 방식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하나의 유행담론을 넘어 대세를 이룬 듯하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과 각종 정보기술, 그리고 스마트 기기들의 발달로 인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전달하는 방식에서 참으로 빠른 변화를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추종하며 무조건적인 열광과 환영으로 스마트한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놓여진 현실적인 과제의 전부일 것인가.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이러한 변화들이 실상은 우리의 사유를 가볍고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은 스마트 열풍의 한편에서 들려오는 의미 있는 목소리다.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가 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최지향 역, 청림출판, 2011)은 이런 디지털 시대의 사고방식이 가져올 여러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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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쓸쓸하지도 높지도 않게 문학‘하기’
여전히 소비되는 문학 이런 자학적·가학적 진단이 있어 왔다. 우리 문학이 ‘문화’라는 환경이 내준 자리에서 존재를 표명한다는. 그들은 정책을 동반한 문화가 제국적 지위를 획득했다고들 한다. 대중이 문화를 지원하고 향유하는 양방향 에너지원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문학은 대중에게 유희를 지어 바쳐야 하고, 그러한 작업은 앞으로 더 다원화할 것이라고 한다. 숭고미·비장미·심미감을 따져 묻는 고상한 취향은 낡은 것이고, 과장된 불량기로 가짜 욕망을 적발하여 들추어내는 게 문학이 맡아 놓은 임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기만 하다면 문학은 진정 비장하게 울어야 한다. 문화의 오지랖은 소비풍(風)을 잘 부추기는 재능이 있다. 문화가 시장주의로 힘을 낼 때, 삶의 신명을 위한 이벤트들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거행할 때, 문학은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문학 언어 침탈의 주범은, 할거하는 이미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