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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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철 외 1편
눈을 감고 바다를 들으려고 바람을 따라갔다 피가 나는 뺨을 받아왔다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잠을 잤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지린내가 심장까지 따라왔다 철을 왜 바다 가까이 둘까? 그 둔중한 말을 왜 그땐 왜 눈을 감지 않았을까? 무얼 가지려고 갈라지는 물 다시 아무는 물 꿰매지 못한 뺨 철을 바다 가까이 두는 게 더는 이상하지 않았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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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철 6 - 철5 외 1편
아저씨 포탄을 쪼개야 해요 그게 다 철이거든요 철을 녹이면 쓸모가 많아진대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철을 끓이다 죽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죽었거든요 제철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술에 취해 말했죠 "살아 있으라, 그러면 너희는 영웅이 될 것이다!" 중대장이 한 말이래요 그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어요 아버지를 이끌고 이 도시를 멸망케 한 말이죠 망자들은 더 이상 망가질 게 없어서 천국에서 산다 이미 찢어진 것들은 다시 찢어지지 않는다 길고 긴 아침이 올 것이다 영웅의 눈 코 입은 썩지 않는다 이 세계의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콘크리트에 박혀 있을 것이다 고단한 몸을 처음 내린 자리에 미래의 폐허를 세워 두려고 *〈철〉 연작 1-6편은 나미나의 전시 〈Sun Cruises〉에 협업하기 위해 쓴 시이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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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철3 외 1편
얼굴이 하얘서" 수빅에서 만난 Jay는 그 애가 다 자란 모습 같고 나는 자꾸만 그 애의 지옥을 착취한다 그 애가 내게서 좋은 점만을 발라 내 접시 위에 올린다 땅속에서 발라진 철을 보듯 삽자루 끝에 달린 철을 본다 모든 생각은 철이 퍼낸 것이다 철이 빠져나온다 생각이 떠난다 Silence 벽으로부터 깨닫는 Silence 다른 모든 가능성을 억누르고 살아남은 나는 알지 못한다 죽어간다 Jay를 말하면 Jay가 거짓말 한가운데 깃발이 출렁인다 우리는 오로지 의지만으로 더럽혀질 수 있다 * 본 작품은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