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 작성일 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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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막차를 놓치고 그 때처럼 길 하나쯤 잃어버려야겠다.
우리는 동대구역이 보이는 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아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쳐가는 고속열차를 바라보았다.
이십년 전 무궁화호 열차에 매달려 느릿하게
사라지던 우리들 뒷모습을 그도 나도 새삼 탓하지 않았다.
웃을 일도 울 일도 제법 넉넉한 생의 피붙이가 되었는지
우리는 가끔 돌아보며 바람처럼 헛웃음만 나눌 뿐.
몇 개의 별이 내려앉은 얇아진 어깨를 걸고
해서는 안 될 말을 뱉어 낼까봐 고속열차는 또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 때도 저런 열차가 있었더라면 우리는 그리며 살지 않았을까.
그 많은 이야기들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순간의 이별로 비워내는
철둑을 바라보며
무궁화호 맨 뒤 칸에 매달려갔다가는
해거름 낡은 흑백사진 한 장 간직하고 돌아와 나란히 앉은 우리는
이제는 안다.
결코, '사랑 한다' 는 말을 듣기 전에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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