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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낼 때

  • 작성일 2010-06-04
  • 조회수 246

       모낼 때

                                    지 석 동

철부지 봄눈이 사나움 피던 날
독에서 눈 틔운 돌돌 한 볍씨를
아버진 평생을 걸군 가슴에 옮겼다

날 새길 기다려 쪽문이 훤하면
무쇠 솥 그득 끓여 외 뿔이 퍼주고
오리길 모판에 선 곰방대 탔었지

어느 날 큰집 내고 다음날 잡았어
보리 삶는 부엌에 장보라고 떨구면
엄마는 뭐를 팔아서 뭘 하나 두통이 났다

샛별이 꼬물대는 새벽에 호롱 켜고
우물물 여다 솥에 불 넣고 바뿐 손
새참에 늦을까봐 앞치마에 바람났지

십 여명 장정이 맘이 키운 모를 찌고
두엇은 지게로 꾸벅꾸벅 논둑에
허옇게 광주리 뜨면 허기에 흔들렸지
 

누구는 논둑에 누구는 논물에
흙 묻은 손 쓱쓱 문지르고 둘러앉아
광주리 채운 손맛에 탁배기가 달았다
                         

저만큼 밀집 모 지나면 이보슈
불러서 국수도 탁배기도 들어 보라 
억지로 앉혀 대접하던 모내기 인심을 아나.                2010.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