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치과
- 작성일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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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치과
환자의 어금니가 제대로 보이지 않자 치과원장은 그 입술에 마우스피스를 끼워 넣었다
사랑니를 핀셋으로 두 번 건드린 원장이 툭툭 툭 툭 툭 337 박자에 맞춰 이를 두드렸다
어금니와 사랑니 틈새를 치과용 드릴로 갈고 J자 형태의 기구로 긁고 썩은 이를 뽑았다
조각난 사랑니들이 빨간 핏물에 서걱거렸다
환자의 잇몸에 노란 고름 한 덩어리가 원장 눈에 순간 포착되었다
사랑니자리에 깊게 박아둔 소독 솜을 걷어냈다
잇몸에 매스를 긋고 피고름을 쭉 짜낸 후 소독 솜을 그곳에 쑤셔 넣었다
여자는 입가로 배어나온 피를 닦으며 종이컵에 입에 가져갔다
무감각해진 오른쪽 턱 밑으로 투명한 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코끝까지 흰 마스크를 올려 쓴 무테안경 의사가 다가와 여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동네치과에선 도저히 시술할 수 없는 치료를 실험적으로 막 끝냈습니다.”
여자는 눈에 붉게 핏발을 세운 채 황급히 사랑니치과를 빠져나왔다.
조각난 사랑니가 입술 속 핏물에 섞여 지분거렸다
“침을 삼키지도 내뱉지도 말고 최소 한 시간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사랑니 치과 의사의 말을 떠올린 여자는 양 입술을 붙이고 숨을 꾹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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