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송사
- 작성일 20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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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송사
중국어 한마디도 모르는 아들 상준이를 북경 중국학교 초등 1학년에 넣은 지 만 7개월 하고 닷새가 되던 날이다.
오후 프로모션 최종 결정회의를 하고 있는데, 진동으로 놓은 휴대폰이 호주머니에서 쉴새 없이 흔들어 댄다. 사장님이 한국 들어가시기 전 1시간 여유밖에 없는 중요한 회의이다.
회의가 끝나기 바쁘게 호주머니의 휴대폰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받지 않은 전화가 12개 있었다. 우선 아는 전화번호부터 쭉~훑는데, 상준의 반주임이 걸어온 전화만 다섯 개 되었다. 전례 없던 일이라 얼른 통화키를 눌렀다.
“띠~띠~띠~띠~띠~ ... … ”
사용 중이었다.
급한 일 아니면 다섯 번이나 전화 걸 일 없을 건데?...
재차 눌러봤지만 역시 통화 중이다.
지사장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사장님 귀국하시는데 모두 인사를 올리셔야지~?!”
“사장님 편히 들어가세요~!”
전체 직원이 일어서서 90도 경례를 올리며 인사 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나의 핸드폰 시그널 소리이다.
“쓰 샹쥔 빠바마? 닌 콰이 라이 베이징얜커이왠. 니 얼즈 샹쮠 다 런라.”[상준이 아버님이시죠? 빨리 부경안과병원으로 오세요. 상준이가 사람을 때렸어요.]
“썬머? 다 수이라? 쌍더 얜중마?”[예? 누구를 쳤게요? 상처가 엄중하십니까?]
“쓰 워먼빤 퉁쇄. 무챈 쩡짜이 잰차. 니 콰이 꿔라이바!”[저의 반 학생입니다. 지금 검사 중에 있으니, 빨리 오세요!]
“호우 워 마쌍 꿔취! 칭 쏘우 덩!”[좋습니다. 제가 방금 갈 거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나는 얼른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를 꺼내어 북경안과병원으로 질주했다.
… …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자, 북경 거리는 역시 차가 밀리기 시작하였다. 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40분이 걸려서야 겨우 도착하였다.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오후 5시 20분이었다.
내가 거의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고 호선생은 이미 병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썬머 후이썰? 쌍더 얜중마?”[무슨 일입니까? 많이 상하셨습니까?]
“헌 얜중, 얜징죠우머 지쉐라.”[매우 엄중합니다. 눈 막에 피가 맺쳤습니다.]
“쓰 전머 후이썰?”[어찌 된 일입니까?]
“짜이 커탕 중, 샹쮠 허우맨 쭤더 류카이 떠우 샹쮠. 샹쮠 찌우 거이러 타 이쵄. 쌘짜이 씨티 덩 쵄맨 잰차완러. 제궈쓰 얜머 지쉐, 얜피 퍼레. 펑러 량전. 워먼 쌘 찐취 칸칸바. 쑈우장허 쟈장 더우 라이러.”[수업 중, 상준이 뒤좌석에 않은 류카이가 상준한테 장난을 걸어와, 상준이가 한 매 안겼습니다. 현재 CT 등 전면 검사를 마쳤는데, 눈막에 피가 맺혔고, 눈꺼풀이 터져 두바늘 꿰맸습니다. 우리 우선 들어가 봅시다. 교장샘과 학부모 모두 와있습니다.]
“쩌 쑈우즈! 나넝 쩌머 예만!”[자~식! 어쩜 이렇게 야만일 수야!]
… …
병실에 들어서니, 닝겔주사를 맞는 애한테 과일을 먹여주며 얘기를 나누던 교장샘과 학부모인듯한 젊은 부부가 동시에 우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얼른 젊은 부부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올렸다.
“쩐뽀우챈!”[정말 죄송합니다.]
애 엄마인듯한 여성은 얼른 눈길을 애한테로 되돌렸고, 나의 말을 들은 애 아버지인듯한 남성도 어색한 얼굴을 짓더니, 입을 열 듯 말 듯 하다가, 역시 애한테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하기야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해결할 상황은 절 때 아니다.
교장샘이 애한테 내가 왔다고 알려주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류카이 샹쮠더 빠바 라이러~”[류카이야, 상준이 아버지 왔어~]
그러자 류키이가 기대고 있던 베개에서 몸을 앞으로 일으키려 했다.
나는 얼른 다가가 그를 도루 베개에 지대게 하며 말했다.
“헌 텅바? 샹쮠 나 쑈우즈 타이 화이바?”[많이 아프지? 상준이 그 놈 너무 밉지?]
“텅이댄, 샹쮠 부화이, 쓰워 쌘 뚱타더.”[조금 아파요. 상준이 안 나빠요. 내가 먼저 손을 댄 거얘요.]
그러자 교장샘이 얼른 입을 열었다.
“류카이 쩐 융간. 류카이 쩐 둥썰!”[류카이 참 용감해. 셈도 많이 들었구.]
류개 어머니도 말했다.
“워먼 류카이 최쓰 융간, 텅러에 충라이 뿌 쿠… …”[우리 류카이 정말 용감해. 아퍼도 안 울구……]
류카이 어머니는 말을 못 있고 고개를 돌리더니 눈시울을 닦았다.
교장샘이 또 말 했다.
“류카이 니쯔지 따이훨 커이마? 워먼 따런 추취 탄댄 화.”[류카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거지? 우리 어른들 나가 얘기 좀 할게~.]
“쑈우장 메원티. 워 메이썰.”[교장샘님, 문제 없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 …
우리는 병실 문 앞 복도 의자에 앉아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교장샘이 우선 류카이 부모에게 학교측의 교육과 관리가 따라가지 못한데 대해 사과를 하고, 병원측에서 1만원의 선불금을 요구하는데, 학교측의 재정 상황으로 3천원밖에 가져오지 못한데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였다.
내가 인츰 말을 받았다.
“서우쌘, 워 따이뵤우 워먼쟈팅、뚜이 량워이 쟈장 뵤우쓰 중씬더 챈이. 쟈쬬우 메이 껀쌍, 하이즈 추러더 원티 잉가이 워 쵄쵄 푸저. 이요우페이 니먼 부융 딴신, 이왠 선머스허우 요우, 워 지스 쑹라이. 즈요우 바 하이즈더 삥 쯔호우러 찌우 싱. 쩌쓰 워더 밍팬, 니먼 커이 수이스 위워 랜시. 하이 여우, 쉐쑈우더 싼챈콰이 예 워라이 푸.”[우선 저는 저의 가정을 대표하여 두 학부모에게 충심으로 사과를 올립니다. 가정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여, 애가 저지른 과오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치료비는 근심 안하셔도 됩니다. 병원에서 언제 달라고 하면, 제가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애의 병을 고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것이 저의 명함입니다. 언제던지 저와 연계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져온 3천원도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교장샘이 말을 받았다.
“쓰칭 파성짜이 쉐쑈, 쉐쑈우 유 헌따 저런. 딴쓰 쉐쑈우 즈찐 최쓰 쿤난, 샹쮠빠바 쩌머 청컨, 나 워먼찌우 팡씬러. 워먼 쌘 바 하이즈더 삥 호우 호우 쯔 호우바.”[일이 학교에서 발생했으니, 학교 책임이 큽니다. 하지만 학교 자금이 진짜 어려운 상황입니다. 상준이 아버님이 이렇게 성의껏 나오시니, 한 시름 놓입니다. 그럼 우리 우선 애의 병부터 잘 치료 합시다.]
류카이 아버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워 번라이 샹 뽀우징. 커쓰 쉐쑈우허 샹쥔빠바 쩌머 런전, 쩌머 청컨, 워찌우 포우치러. 워더 하이즈 예부쓰 메이유 저런, 찐관 쓰칭 파성러, 워먼찌우 쌘 거이 하이즈 호우 호우 양쌍 짜이숴.”[저는 본래 경찰에 신고하려 생각 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상준의 아버님이 이렇게 책임성 있고, 성심으로 나오시니, 그만 두기로 하였습니다. 저의 애도 책임이 있습니다. 일이 이미 터졌으니, 우선 애의 병부터 잘 치료하고 봅시다.]
반주임 호선생이 말을 받았다.
“류카이허 샹쮠 더우쓰 워먼빤더 유씨우 쉐썽, 청지에 팅호우. 쭤워이 빤주런 쩌츠쓰잰 워유 헌따 저런. 량워이 자팅 여우썬머 요우치우 찐관 껀워 티.”[류카이와 상준이 모두가 우리반에서 우수한 학생입니다. 성적도 매우 좋구요. 반주임으로 이번 일은 저에게 큰 책임이 있습니다. 두 가정에서 무슨 요구가 계시면 저한테 말씀 주십시요.]
잠시 모두 조용해 있자 교장샘이 류카이 어머니를 보며 말하였다.
“류카이더 무친 여우썬머 화 요우 쒀마?”[류카이 어머님은 무슨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워 쩐 딴씬 하이즈더 얜징. 치타쓰칭 워 짱푸 쭤주찌우 싱.”[저는 애의 눈이 정말 근심 됩니다. 기타 일은 저의 남편이 알아 하면 됩니다.”
그러자 교장샘이 또 말하였다.
“나 워먼 콰이 찐취바, 하이즈 쩡 덩저너. 치타쓰칭 이허우 짜이 탄.”[그럼 우리 빨리 들어갑시다. 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항은 우에 상론합시다.]
나는 류카이 아버님께 말하였다.
“류카이빠바, 워먼랴찌우 이치 꿔취 죠우 챈 전머양?”[류카이 아버님, 우리는 함께 가서 돈을 내는 것이 어떨가요?]
“싱~”[그러지요.]
류카이 아버님은 쾌히 승낙 하고 따라왔다.
의사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눈 막에 맺힌 피는 내려갈 것으로 보이고, 눈 언저리 상처는 미용을 해주면 될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는 또 눈 막의 피만 내려가면 비용은 한 7~8천원 선에서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였다.
나는 우선 카드에서 7천원을 병원에 넣어 주었다.
… …
저녁 7시반 좌우에야 나는 집에 들어섰다. 안해가 얼른 다가와 빽을 받으며 일이 어떻게 되었는가 물었다. 나는 대충 일을 마무리 지은 상황을 알려주었다. 안해는 상준이가 숨이 한줌만 하여 제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쭈그리고 있다고 말하였다.
안해는 얼른 밥상을 차리더니 상준이를 불렀다.
“애, 상준아 아빠 왔다. 얼른 나와 같이 밥 먹어~”
상준이 방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상준아, 나오너라~”
나도 상준이가 주눅이 들어 있을 줄 알고, 소리를 낮추어 말하였다.
그제야 방문이 빠끔히 열리더니, 상준은 목만 내밀고 눈물자국이 마른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 상통을 보니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와 “픽~!” 웃고 말았다.
그제서야 상준이도 웃음을 짓더니 방문을 훌 열고 밥상에 다가와 앉았다.
“애, 이눔. 가 얼굴이나 씻고 밥먹어!”
상준은 혀를 날름 하더니 인츰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선 “후~”하는 상준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 …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상준에게 말했다.
“야, 상준아. 다시 야만적으로 다른 학생을 칠 때에는 너도 그만큼 맞는 다는 걸 알지?”
상준은 얼른 “예!”하고 대답 했다.
“그리고 특히 얼굴이나 눈엔 절 때 손대지 마라. 진짜 눈 하나 터지면 우리 재산을 다 팔아도 안된다. 그땐 우리 모두 거지 되는 거다. 알지?”
“쓰 밍바리러.”[예. 알겠습니다]
“이눔, 집에서는 한국말만 하라구 안했니?”
“아, 예. 깜빡…헤 헤 헤~~~”
“내일은 엄마같이 류카이 병원에 가봐라. 가서 미안하다 잘 말 하고, 앞으로 특히 한 반 애들과 싸워서는 절대 안된다 알았지?”
“예!” 상준이는 고분 고분 말을 잘 들었다.
… …
류카이는 한 주일 만에 눈막에 맺혔던 피가 다 없어졌고, 보름 만에 눈 언저리의 붕대를 풀고 학교에 나왔다. 비용은 모두 7,823원 들었는데, 류카이 아버지가 전화로 학교에서 낸 비용도 3천원 있으니, 나머지를 내가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류카이 아버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였고, 나머지 비용은 류카이 보신에 쓰던지, 류카이 아버님이 알아 처리하라고 하였다.
… …
키가 귀방울에나 다일가 말가 하는 작달막한 애가, 무게가 거의 자신의 두배에 가까운 류카이를 때렸다는 소문이 난 후부터, 상준의 학교 300여명 되는 전 학년의 학생들은 그 누구도 상준이와 마구 장난을 걸지 못했다.
상준은 이해 기말에 만점상장(滿分狀)을 받아왔다. 전 학년에서 수학 어문 모두가 만점인 학생이 3명뿐이라고 한다.
아들의 만점상장을 보니, 늘 가슴에서 끈적거리던 류카이의 일이 훌 날아가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나는 저녁 술을 놓기 바쁘게 상준이와 안해를 데리고 부근의 큰 슈퍼로 가 870원 되는 로라스케트를 상준에게 사 주었다.
이번 일로, 만여원 더 넣어, 차를 바꾸려던 계획이 무산되었지만, 마음은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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