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로 스케르찬도
- 작성일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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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로 스케르찬도
김균탁
너는 젖은 숲의 allegro
늪은 태양을 짊어진 오후의 지렁이처럼 살아 있었다
꿈틀거리는 땅의 끝에서 메아리처럼 흔들리는 절규
침묵을 기어오르는 작열하는 소란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린 발자국
그 뒤를 따라 보폭이 줄어드는 울음
끄덕이는 고개는 의미 없는 것들의 어미
태양이 쏟아지면 죽어버릴 애증의 presto
“엄마는 보고 싶지 않아.”
vivace처럼, 때론 vivo처럼
흥얼거렸던 지난날의 비보
누나를 멀리 던져버린 수염이 긴 아빠의 술잔은
땅속을 천천히 파고들던 lento
moderato는 혼미해진 우상
그렇기에 숨이 멎어버린 andante
달 끝에 걸려 펄럭이는 자장가는
“죽고 싶지 않아.”
흥얼거리던 잠꼬대
다시 일어날 수 없는 높은음자리표 속의 #
젓가락이 만든 장단같이 둔탁하게 울리는 늪
서서히 가라앉는 것들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
외치던 grave,
삼각형으로 저무는 숲은
태초에 태어나 반복된 낙태의 화석
다장조로 흔들리는 그네에 올라탄 음표는
라단조처럼 서서히 느려지는 숲의 어원
늪에 발을 디디고 천천히 가라앉는 b
숲은 젖은 것들의 largo
짙은 안개 속에서도 살아 있는 scherz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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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어떤 슬픔은 이를 악물고 운다 - 그 항구에 바다보다 많은 눈물을 심었다 김균탁 이상한 단어들이 추락한다 춤을 추며 어깨를 추스르는 문장들 숨을 쉬지 못한 언어가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 내린다 귓속을 맴도는 은밀한 밀어 부서진 단어가 떨어진 조각을 주우며 끝나지 않을 헤어짐을 더듬거린다 더듬이처럼 방향을 찾아 나서는 부서진 문장 헤어짐은 안 된다고 아무리 애원해도 이별은 말없이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문장은 쉽게 부식되는 공식 숫자들이 뜨거운 연기 속 찻잔처럼 이별의 횟수를 더한다 수집되지 못한 헤어짐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입안을 가득 채우고 눈물을 심는다 덧셈이 깨어진 단어들을 두드린다 ㅇ ㄹ ㅣ ㅈ ㅎ ㅓ ㅕ ㅑ ㅎ ㅏ ㅏ ㅜ ㅣ ㅇ ㅔ ㅔ ㅇ ㅈ ㅇ ㅐ ㅈ ㄹ ㄱ 길 위에 버려진 문장이 바람에 날려 전깃줄에 앉는다 고압이 조각난 단어들을 태운다 바닷속 깊이 침몰해 떠오르지 않는 유언들 파도치는 문장과 소금기 가득한 눈물이 수면 위 물결인 듯, 바람 위 파동인 듯 펄럭인다 ㅁ ㅇ ㅎ ㅏ ㅣ ㅏ ㅏ ㅏ ㄲ ㄱ ㅣ ㅏ ㅐ ㄷ ㅅ ㅁ ㄴ ㅈ ㅗ 불꽃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울음 음악같이 쏟아져 퍼덕이는 수상한 글썽임 글자들이 되돌아와 바다로 가라앉는다 ㅅ ㄹ ㅎ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ㅏ ㅏ ㅐ ㅏ ㅏ ㅇ ㅐ ㅅ ㄹ ㅇ ㅎ 아무리 삼켜도 무덤으로 걸어 들어가는 가느다란 외침과 흘러내리는 절규 얼굴을 감싸 쥐고 뜯어 낸 입술 가라앉은 단어들이 구하지 못한 헤어짐을 가느다란 목소리로 헤맨다 ㄷ ㅇ ㅁ ㅇ ㄷ ㄲ ㄱ ㅏ ㅡ ㅔ ㅗ ㅗ 해저에 떨어진 문장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문을 나선다 영원한 이별이 창에 부딪혀 흐르는 눈물을 부순다 ㅎ ㅇ ㅈ ㄴ ㅈ ㄱ ㅇ ㅂ ㅅ ㄴ ㄴ ㄴ ㄴ ㅁ ㄹ ㅇ ㅔ ㅓ ㅣ ㅓ ㅓ ㅡ ㅜ ㅜ ㅣ 천천히 걸어간다 ㅅ ㄹ ㅇ ㅏ ㅡ ㄴ ㄴ ㅁ ㄹ ㅇ ㅏ ㅏ ㅎ ㄴ ㄴ ㅜ ㅜ ㅏ ㅈ ㄹ ㄱ ㅏ ㅡ ㅔ ㅗ ㅇ ㄹ ㄲ ㄱ ㅏ ㅏ ㄷ ㅇ ㅁ ㅇ ㄷ ㅜ ㅣ ㅗ ㅏ ㅣ ㅅ ㄹ ㅇ ㅎ ㅈ ㄷ ㅅ ㅏ ㅏ ㅏ ㅏ 영원히 어린···, ㅇ ㅕ ㅏ ㄴ ㅇ!
- 김균탁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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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995서울 1995 김균탁 창자를 끊어 내는 고통이 혀를 삼킨 뱀처럼 심장을 기어오른다. 창작된 적 없는 고통, 창자에는 장차 연쇄 살인을 저지를 혓바닥들이 날름거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창자들, 오래전 떼어낸 맹장이 소화되지 않은 돼지고기의 비계를 쓰러져 가는 비계같이 삐걱거리며 씹는다. 산산이 조각날 도시, 부실 공사는 부숴 버릴 것이 없는 배부른 돼지들의 허물에서 시작되었다. 십이지장에서부터 끊임없이 쏟아지는 욕설들의 무리, 창자는 장차 이무기가 되어 무기를 잃어버린 돼지들의 이빨이 될 것이다. 쓸모 없어진 맹장을 물어뜯으며, 네온사인 아래로 흩어질 독을 인심이나 쓰듯 부서지는 눈처럼 뿌릴 것이다. 독은 창작적인 것, 독창적인 살인들이 길거리를 마구 헤매다 폐비닐처럼 찢어진다. 혓바닥에서 찐득하게 내리는 쫀득한 입술, 갈라진 혀에서 깨진 유리 조각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춘다. 팔다리가 나풀대면 하늘을 본 적 없는 돼지들의 목뼈가 솥단지 안에서 끓어오르길, 지하 창고 구석에 누워 폐병에 걸린 환자같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늘에 부서지는 쇳소리같이 기도한다. 돼지들의 만찬, 돼지가 되지 못한 낡은 새끼들이 창자를 긁어 대며 비명을 지른다. 이상한 나라의 페이지들, 이상한 날의 비어 버린 사인들, 쓰레기같이 버려진 창자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흘린 절뚝거림들, 발이 없어도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들이 되지도 않은 발음으로 멱따는 소리를 쏟아 낸다. 혐의가 없어 혐오스러운 협의, 돼지들이 합창을 부르기 시작하면 창자가 쏟아질 때까지 구역질이 난다. 눈물겹도록 즐거운 합창, 창작의 고통 너머에 장차 신발을 벗고 눈길을 걸어갈 발들이 씨앗같이 자란다. 동상에 걸린 발바닥, 돼지들이 즐겁게 춤을 춘다. 돼지만도 못 한 쓰다 만 이야기, 서사가 없는 고통은 없다고 돼지들이 발톱에 날카로운 펜촉을 끼우고 서명을 한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공기를 마실 수 없게 될 거라고, 공기 중에 뱉어 내는 언어, 비어버린 비계에 공기를 맞추기 위한 공기가 가득 찬다. 돼지들의 난장에 장난감이 되어 버린 비계들, 불타올라 사라져 버린 뼈처럼 구석부터 서서히 사라진 철근이 비계를 얹으며 살을 찌운다. 처음부터 조각이 모자라 와르르 무너지는 해골, 부실 공사의 현장에는 뼈를 찾지 못한 부실한 영혼들이 부유하고, 부유한 돼지들의 땅 위에서 앙상한 가지처럼 부서진다. 돼지들이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되는 대로 지껄이며 불판 위에 가지런히 앉은 고기를 뒤집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세계, 장차 신발이 없는 사람들이 창자를 끊어 내고 창작을 끝낼 것이다. 돼지들은 살이 찌고 앙상한 건물이 뼈를 잃어버린 해골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돼지들의 하중을 이기지 못한 해골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강한다.
- 김균탁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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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동화를 쓴 작가 노트 : 시즌 2잔혹 동화를 쓴 작가 노트 : 시즌 21) 김균탁 당신이 부른 노래가 철새의 발끝에 매달려 흔들리며 날아갑니다 당신은 떠난 적 없는 허기진 헤어짐 배가 고파 울다 잠든 아이의 배 속에서 오래전 잠가 놓은 수도꼭지가 열리고 강물이 흘러 넘칩니다 넘실거리는 위장은 배가 되어 먼 바다를 떠돌다 침묵합니다 침몰은 수업 시간에 배운 가장 큰 거짓말 과장된 몸짓으로 가면을 눌러 쓰라고 배운 아이의 배에서는 몇 척의 배가 허기를 채우러 낚싯대를 바다 깊이 드리웁니다 하지만 길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림을 그리다 잠든 아이의 이별 헤어짐은 계속 겪어도 알맞게 익은 과일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위태롭게 꺾인 파도가 반달처럼 남아 녹조를 띄웁니다 녹내장에 걸린 눈을 따라 늘어선 녹색 달, 녹색의 세계는 미치도록 아름다워 동화처럼 자랍니다 동물이 사람처럼 말한다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망상 속을 헤매다 허기진 뇌를 한 입에 집어삼킬지도 모릅니다 피노키오의 코가 자라듯 조금씩 자란 자화상에서 얼굴이 녹아내립니다 녹아버린 물감이 촛농같이 굳어 갑니다 녹색이 없는 자화상, 녹조를 토한 위산 철새는 딱딱해진 발자국을 떠나지 못해 부리로 허기진 헤어짐에 대한 태초의 고민을 고민도 없이 지저귑니다 배가 고파 배를 탄 아이의 흘린 눈물이 파도에 부딪혀 속삭인 말은 경마장에 버리고 온 울음 눈물에서 태어난 말은 바다를 건너지 못해 익숙한 사체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건 이국으로 날아간 철새만이 아닙니다 빌린 적 없지만 갚아야 할 이자는 철새의 발에 매달려 떠나고 싶지만 불어난 이율은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엄마는 부풀어 오른 배에 풍선을 임신했다고 입덧을 하고 터져버린 배 속에서 아이는 몇 조각의 빵을 훔쳐 철새의 발아래로 던집니다 우울증에 걸린 풍선은 아래로 떠오르고 파랗게 물든 계절과 가뭄은 가물가물한 기억이 됩니다 감나무에는 꽃이 피지 않아 텃새는 철새를 그리워하다 말라 죽어 갑니다 투명한 유리에 투사한 빛을 따라 시도된 시작 머리가 깨진 새 몇 마리가 위안도 없이 떨어집니다 잔혹한 동화를 쓴 작가는 말의 뒷다리를 뜯어 먹던 까마귀 죽은 말들이 떠나지 못해 동화되고 몇 개의 단어는 동화를 떠나고 싶다고 선언하지만 낡은 책은 페이지를 넘겨주지 않습니다 갇혀버린 언어들이 서글피 울어 눅눅히 젖는 밤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살고 싶어 안달 난 단어들은 안부를 물어뜯으며 안전하지 않은 밤 속으로 침몰합니다
- 김균탁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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