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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현산어보를 찾아서 1」 중에서

  • 작성일 2013-06-27
  • 조회수 1,045

   이태원, 「현산어보를 찾아서 1」 중에서




날치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날개 모양으로 발달한 커다란 가슴지느러미에 있다. 정약전은 이것을 새의 날개와 같다고 표현했다. 날치는 꼬리로 수면을 강하게 쳐서 몸을 공중에 띄운 다음, 지느러미를 활짝 펼치고 글라이더처럼 활공하는 방식으로 비행한다. 즉, 새처럼 날개를 퍼덕여서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인 날치가 새처럼 하늘을 날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날치는 다른 큰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는 수가 많다. 만새기와 돌고래는 특히 날치를 좋아하는데, 날치는 이같은 물속의 천적을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이때 날치 떼가 집단으로 날아오르는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 날치의 활공 기술은 놀랍기까지 하다. 수면 위 2~3 미터 높이의 공중을 나는데, 때로는 400미터 정도까지 날 때도 있다고 한다. 흑산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실감이 난다.

   “옛날보단 많이 없어졌지만 배 타고 가다보면 날치 떼를 만날 때가 있소. 1~2 미터 높이로 나는데 야, 그거 한번 멀리 날더라고. 한 50미터는 쉽게 날아가요. 와따. 난다, 난다. 올라갔다 언제 내려오나, 언제 내려오나 하고 있는데 벌써 저만큼 가버려. 작은 배를 타고 나갔을 때는 배 위로 올라오거나 배에 부딪힐 때도 있지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애고는 날치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노인은 노를 저으며 날치가 물 위로 튀어나올 때의 부르르 떨리는 진동음과 빳빳한 날개로 어둠 속을 헤치며 날 때의 슛슛 하는 마찰음을 들었다. 날치는 바다에서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기에 노인은 날치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노인은 날치를 잡아 허기를 채운다.


   날치는 깨끗하게 씻어서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노인은 날치를 왼손으로 집어 뼈를 꼭꼭 씹으며 꼬리까지 몽땅 먹어버렸다. 날치란 놈은 어떤 고기보다도 영양분이 더 많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 필요로 하는 기운을 내도록 해줄 수 있다고, 이제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이놈의 고기를 빙빙 돌게 해서 한바탕 싸워보자.




   • 작가_ 이태원 – 생물 교사. 1972년 경남 의령 출생. 지은 책으로『현산어보를 찾아서(1~5)』, 번역서『지구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등이 있음.

   • 낭독_ 유성주 – 배우. 연극 <그게 아닌데>, <싸움꾼들> 등에 출연.

   • 문형주 – 배우. 연극 <꿈속의 꿈>, <민영이야기> 등에 출연.

   • 출전_ 『현산어보를 찾아서 1』(청어람 미디어)

   • 음악_ signature collection /lite&easy mix2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김태형



   * 배달하며

   날치라는 게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나는 물고기입니다. 물론 늘 날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될 때만 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배 타고 가다가 날치 떼를 만난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갑자기 수면이 파르르 떨리더니 수백 수천 마리의 날치 떼가 솟구쳐 올라와 날아갔습니다. 거대한 비행 군무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요. 이 녀석들은 좌우로 방향도 틉니다. 꼬리지느러미가 방향타 역할을 하는 거죠. 흑산도 주민의 말처럼 배 갑판에 떨어져 파닥거리기도 합니다. 그냥 주워 담으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원문에도 나오지만, 맛은 없습니다. 하긴 멋진 존재가 맛까지 있다면 그건 좀 심한 경우겠죠, 더군다나 맛으로 생물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하는 짓 아니겠어요?

   요즘은 참 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다 만나도 한 두 마리 정도입니다. 전 몇 년 전 인도양을 항해할 때 이 녀석들의 떼를 보았습니다. 날마다 멋진 장관이었습니다.


   문학집배원 한창훈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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