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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종,『디스 이즈 아프리카』중에서

  • 작성일 2013-08-22
  • 조회수 1,344


정해종,『디스 이즈 아프리카』중에서

로벤 섬에는 감옥이 있었다.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정치범들을 수감했던 감옥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자체가 공포였던 시절이니, 정치범들을 다루는 방식이 얼마나 가혹했을까. 고된 노동과 폭력으로 점철된 날들이 이어졌다. 간수들 몰래 셔츠를 둥글게 뭉쳐 발길질하는 것을 낙으로 삼던 수감자들은 정치 노선을 떠나 한 목소리로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다. 온갖 탄압 속에서도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할 수 있는 유일한 여가활동을 집요하게 탄원했고, 때마침 남아공의 가혹한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던 국제사회와 적십자사의 압력에 결국 교도소 당국은 축구 경기를 허락하게 되었다.

천사백여 명에 이르는 수감자들은 선수, 매니저, 심판, 코치 등 체계적으로 구성된 팀들을 만들고, FIFA의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경기를 치렀다. 지속적인 투쟁으로 경기중에는 죄수복을 벗고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자유도 얻었다. 만델라의 여든아홉번째 생일에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이나 국가가 아닌 단체의 자격으로 FIFA 회원이 된 '마카나 축구협회'는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서슬 퍼렇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 그것도 정치범들을 모아놓은 수용소에서, 전설 같은 그들만의 리그는 1991년 만델라 정권에 의해 감옥이 폐쇄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우리는 축구를 통해 저항과 단결을 도모했다."는 만델라의 말처럼, 로벤 섬의 감옥 축구는 다양한 정치적 신념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수감자들을 하나로 묶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공으로 승패를 가르는 단순한 계임을 넘어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연대였던 것이다.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인간의 위엄을 찾는 도구로 축구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이 믿기 힘든 설명은, 우리 모두에게 자유와 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아름다운 전설로 남는다.



- 작가_ 정해종 – 시인. 편집자, 아프리카 미술 기획자.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 지은 책으로 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산문집 『거품』 『터치 아프리카』등이 있음

- 낭독_ 이상구 – 배우. 연극 <리어왕>, <싸리타> <유리알눈>등에 출연.
- 출전_ 『디스 이즈 아프리카』(난다)
- 음악_ signature collection /lite&easy mix2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는 하던 것을 때려치우고 무작정 달려갈 곳으로는 최고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게 사는 거야? 이렇게 탄식하는 이들에게는 바구니를 이고 돌아가는 줄루족 여인네의 가벼운 발걸음과 타는 듯 한 노을과 바오밥 나무의 신비한 풍경이 늘 어른거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따위로 사는 게 싫어 달려가보면 그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삶도 계급과 인종 차별의 참혹함이 ‘이따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축구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방법을 찾아낸 수감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 방법으로 성공했습니다. 그것은 그런 연대와 투쟁이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말이겠지요. 오늘은 아프리카를 향해 건배 한잔 합니다.



문학집배원 한창훈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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