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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 작성일 2014-03-23
  • 조회수 381

굴뚝 연기가 늙은이의 숨처럼 피어올랐다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밤의 장막은
예민한 파도를 더 거칠게 했다
발 언저리에 걸치는 물살이 더 사나워질때
문득 날 부르는 집 굴뚝 연기에 발걸음을 돌렸다
파도가 붙잡을듯이 몰아쳐온다

잡상인도 모두 물러간 저녁
하늘엔 튀어오르듯 박힌 꽃이 피었다
익숙한 동네 길을 밟으며
낯설은 기억을 되짚었다
옆집 애는 공부하러 시내로 나가더니
윗집 누나는 상경해 시집을 갔고
한 칸 건너 옆집 형은 시험공부를 한다고 나오지도 않는다
꺾인 길을 도는데
골목 언저리에 푸르게 핀 잎사귀가
굳은 가슴에 닿는다
올해도 꽃은 피지 않았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에서
보이지도 않을 아침해만 줄창 찾고 있었다
우두커니 멈춰 선 발걸음에선
혼자 남겨진 파도의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