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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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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도를 절제 없이 표출한 주제에 찾는 것이 부처였다.
내 편한 신앙관에 대해 3초간 반성하고 시계를 보니 다섯 시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무척 고팠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이 많지 않아 끼니를 매번 라면으로 때웠다) 주린 배를 라면 국물로 다스리고, 나는 멍하니 TV에서 연예인들이 떠드는 걸 봤다. 요즘 세상에 보름 이상 끌고 진도 못 나가면 멍청한 놈이죠! 방청객들이 꺽꺽거리며 웃어댔다. 케이블 TV답게 저속한 소리만 지껄이고 있었다. 병신 같은 새끼들. 나는 보자마자 진도 다 나갔는데.
그 날 밤엔 영 잠들지 못했다. 낮에 너무 많이 자서 그런 것 같았다. 심지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멀뚱멀뚱 천장을 보고 있자니 뜬금없이 고기 생각이 났다. 꿈에서는 진수성찬을 먹어야지, 삼천궁녀를 앉혀 놓고 삼겹살을 3KG는 먹어야겠다. 나는 세 시간동안 뒤척이다 결국 수면제를 또 삼켰다.
30분 만에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핸드폰에 [삼겹살, 지선미, 조선, 왕위, 위엄, 궁녀들]이라고 적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몇 시간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정말로 삼겹살이 눈앞에 한 가득이었다. 궁녀들도 보였다. 삼천 명인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하여튼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
삼겹살을 몇 입 먹고 나서, 나는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분명 ‘곤룡포’라고 적었는데, 나는 그것을 입고 있지 않았다. 누가 입고 있다는 거야, 임금이 누구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저 멀리서 ‘선미 누나’가 나를 보고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그 리듬에 맞춰 수박 두 개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녀는 오른 검지를 자기 입술에 갖다 대며 요염하고 은은하게 웃었다.
“저번엔 배짱이 좋으셨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운우지정을 잊었습니까?”
“똑똑히 기억하는데요…….”
갑자기 곤룡포를 입은 사내가 궁궐에서 뛰어나왔다. 생긴 게 무슨 러시아인 같았는데, 벌게진 눈과 떨리는 주먹을 보아하니 정말로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냅다 나를 후려쳤다.
“개새끼야.”
나는 몸이 붕 떠서 저 멀리 날아갔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정말로 아팠다. 눈두덩이 부서지는 느낌이 났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왜,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묻나, 이 쌍놈 새끼가.”
또 주먹이 날아오는데 마치 그 크기가 족히 직경 5M는 넘는 것 같았다. 개미가 사람한테 밟혀 죽을 때 이런 느낌인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디오스, 아버지, 어머니.
그런데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선미 누나가 여유롭게 주먹을 가로채며 말했다.
“왕후장상의 씨앗이 뭐 따로 있다고 그리 역정이십니까.”
“닥치시오!”
러시아인치곤 제법 한국말을 잘 했다. 꿀물 잘 마시고 쉰 김치 잘 먹을 것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뭔 일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살려주세요. 저 죽이지 마세요.”
“네 놈이 내 후궁을 욕보였다.”
선미 누나는 뒤에서 큭! 하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러시아인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야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온 산천이 진동했다. 그는 허리에 찬 환도를 뽑아들었다. 머리 위로 치켜든 환도에 하늘의 구름이 양 쪽으로 갈라졌다. 나는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다.
“차라리 링 위에서 때려주세요, 죽이지 마세요, 링 위에서 때려주세요, 부탁할게요.”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헛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뇌성벽력 같은 고함을 지르며 내 머리를 쪼개려 하는 찰나, 나는 잠에서 깼다. 그 때가 새벽 두 시였다. 가랑이가 축축했다.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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