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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탁,『사시사철』중에서

  • 작성일 2014-05-22
  • 조회수 1,280



“만일 당신이 비밀을 바람에게 털어놓았다면 바람이 그것을 나무들에게 털어놓는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 칼릴 지브란(시인) -



최용탁,『사시사철』중에서






과수원에서 자라는 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나무와 큰 차이가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성장을 하는데, 그것을 영양생장이라고 한다. 영양생장을 하는 이유는 바로 전정과 과도한 거름 때문이다. 반대말은 생식생장인데 자연스러운 나무의 성장이다. 동물과 식물을 불문하고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후손을 만들기 위한 것, 곧 생식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구를 유지시키는 원천적인 힘이므로 생식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곧바로 생식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리게 된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므로 최대한 빨리 후손을 남기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수원에서 자라는 나무는 거름과 비료에 길들여져 스스로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더구나 수백 개의 가지로 분산 될 영양이 전정으로 말미암아 십분지 일 정도에 집중되니까 도무지 제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 기운이면 백년 천년도 살 것 같은데 내가 왜 후손을 남겨야 하지?’
마침내 이런 의문이 든 과수는 과일을 매달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과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년에 피울 꽃눈조차 만들지 않는다. 나무의 억센 힘이 뿜어 올리는 것은 도장지라고 불리는 웃자란 가지뿐이다.
이건 절대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과수 농가가 나무의 영양생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양생장을 막는 길은 거름을 적게 내고 가지를 치지 않는 방법인데, 그러면 소비자가 원하는 커다란 과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식생장과 영양생장을 동시에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되도록 전정을 적게 하여 영양을 분산시키되 나중에 과일을 많이 솎아내는 방식을 쓴다. 즉, 과수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들어서 과일에 집중적으로 힘을 쓰게(그러니까, 후손을 남기는 쪽으로)하는 것이다. 과일이 좀 늦되다 싶으면 나무 밑의 껍질 일부를 도려내기도 한다. 나무에 위협을 가해 빨리 과일에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 작가_ 최용탁 - 소설가. 1965년 충북 충주 출생.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지은책으로 소설집『미궁의 눈』, 장편소설『즐거운 읍내』, 평전『역사를 딛고 선 흰 고무신-계훈제』, 산문집『사시사철』등이 있음.


▶ 낭독_ 이현배 - 배우. 연극 <환상동화>, <억울한 여자>, 드라마 <대풍수>등에 출연.



배달하며

우리가 무심코 사먹는 과일이 이런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는지 몰랐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모르는 것을 알게 되죠. 근데 이거 좀 씁쓸합니다. 멋지고 화려한 것은 무언가 를 숨기고 있거나 심지어는 상식을 초월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이잖습니까. 그런데 어디 그분들 잘못이겠어요?(잘못이라는 표현이 좀 그렇습니다만) 크고 보기 좋은 것만 좋아하는 우리의 버릇 때문이지요. 과일은 그렇다 치고 사람은 어떤 가요. 크거나 예쁘면 저절로 의심이 가잖아요? 최상위 몇 프로 외에는 모두 실패로 보는 시각은 왜 만들어 졌을까요.

문학집배원 한창훈


▶ 출전_ 『사시사철』(삶이 보이는 창)

▶ 음악_ Romance rdune4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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