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재단사」
- 작성일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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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재단사」
이끼 낀 안개 한 자락을 걷어다 스카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 가장 먼 곳에서 앉은뱅이 재봉틀 앞에 앉아 온갖 무늬들을 떠올리면서
두 손은 힘차게 계곡을 흘러가고 있습니다
코끼리가 그의 손을 이끌고 구름 속으로 가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골목 가판대에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을 하나 걸어놓았습니다
▶ 시_ 김태형 -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로큰롤 헤븐』『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코끼리 주파수』『고백이라는 장르』, 시선집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 『아름다움에 병든 자』 등이 있다.
▶ 낭송_ 성경선 - 배우. 연극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배달하며
언뜻 훔쳐 본 성녀의 속옷처럼 안개란 잠시 와서 지상의 발등을 적시고는 이내 사라진다. 시인의 언어는 스카프를 만드는 안개이다.
이끼 낀 안개가 다녀간 자리란 얼마나 부드러운가.
그의 언어, 그의 유랑은 세상의 가장 먼 곳을 떠돌지만 결국은 앉은뱅이 재봉틀 앞에 앉는 모순의 계곡물 소리로 넘친다.
그가 만든 스카프를 두르고 사막에서 구름을 넘어, 어느 비 지나간 후 보석 같은 시 주렁주렁 담은 시집에 당도한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고백이라는 장르』(장롱)
▶ 음악_ 정겨울
▶ 애니메이션_ 박지영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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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시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보고 싶습니다. 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인의 등 너머로 들여다봅니다. 이끼 무늬의 안개 천이 스카프가 되는군요. 세상 가장 먼 곳까지 찾아가서 상상의 나래를 펴면, 마술처럼 시인의 두 손에서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가방이 태어나기도 하는군요. 계곡을 흘러가는 물처럼, 시가 제 마음속까지 힘차게 흘러들어 오고 있습니다. 시를 감상하며 마음껏 황홀했습니다. 시를 써 주신 김태형 시인님, 배달해 주신 문정희 시인님, 정말 고맙습니다. ^^
좋은 시에 힐링이 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